'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구원투수 자처한 강석훈 산은 회장

지난해 주미 대사 면담 이어
올 1월엔 주EU 대사와 만나
"경쟁력 제고 위해 속도 내야"
'신속 심사' 외교적 지원 요청


강석훈(사진) 산업은행 회장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경쟁 당국의 합병 승인 심사 속도를 높이기 위한 구원투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6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강 회장은 올해 1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심사 중인 유럽연합(EU) 등의 현안 파악을 위해 유럽을 방문해 윤순구 주EU 대사와 면담을 갖고 EU의 기업결합 승인을 위한 외교적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강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한 뒤 조태용 주미 대사와 만나 양사 합병과 관련한 미국의 신속한 심사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이달 1일(현지 시간) 영국 경쟁 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미국·EU·일본 등 3개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승인만 남겨놓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1단계 심사를 마치고 2단계 심사에 들어갔다. EU는 7월 5일까지 최종 심사를 마치고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결정, 발표할 계획이다. 일본의 경우 현재 경쟁 당국과 사전 협의 절차가 진행 중이며 미국도 기업결합 심사 관련 내용을 좀 더 검토하기로 해 추가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강 회장이 주미·주EU 대사를 직접 만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통상 부행장급 등 임원들이 각 경쟁 당국에서 근무 중인 대사를 만나거나 대사관을 찾아가 설명하기 때문에 회장이 직접 면담을 가진 것은 흔하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항공운송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항공사 통합 등을 추진해온 만큼 신속한 합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도 EU의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심사 당시 마그레테 베스타거 EU 집행위원과 화상회의를 통해 두 회사의 결합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산은은 현재 산은 회장과 주미·주EU 대사 면담 등의 일정이 추가적으로 잡히지는 않았지만 양사 합병에 대한 경쟁 당국의 조속한 승인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산은 관계자는 “산은 회장의 주미·주EU 대사와의 면담 등을 통한 정부 관계부처의 적극적인 지원 요청 등 기업결합 승인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조속한 승인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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