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진웅이 영화 '대외비'를 통해 신명 나게 연기 한 판을 선보였다. 갈수록 짙어지는 감정선, 캐릭터들 간의 미묘한 관계성을 디테일한 연기로 선보인 것이다. 또 권력에 대해 다루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도 됐다.

'대외비'(감독 이원태)는 1992년 부산, 만년 국회의원 후보 해웅(조진웅)과 정치판의 숨은 실세 순태(이성민), 행동파 조폭 필도(김무열)가 대한민국을 뒤흔들 비밀문서를 손에 쥐고 판을 뒤집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범죄 드라마다. 해웅은 시민의 곁에 선 국회의원 호보다. 이번에도 당연히 공천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순태의 계략으로 공천 받지 못하고 검은 세력과 잡는다. 가면 갈수록 악마같이 변하는 해웅은 권력의 소용돌이로 들어간다.

조진웅이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함께 일하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들과 협연을 하고,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가 중요한 거다. 여기에 시나리오까지 재밌으면 금상첨화다. '대외비'는 그런 부분에서 조진웅이 선택하기 충분한 작품이었다. 이미 여러 작품을 함께한 이성민이 파트너로 출연하고, '악인전'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원태 감독이 연출을 맡았기 때문이다.

"제작진을 통해 시나리오가 왔고, 글에 대한 신뢰가 있었죠. 저는 처음에 캐릭터가 너무 어려워서 거절하려고 했어요. 감독님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설득 당했죠. 영화는 분명히 기록에 대한 기능이 있어요. 그런 사명을 갖고 임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출연을 결정하고 보니, 해웅은 표현하기 너무 어려운 캐릭터였다. 평범한 가장의 모습부터, 권력과 손잡으면서 점점 변화하는 얼굴을 그려야 됐다. 물론 다른 작품도 여러 번 고민하면서 캐릭터를 잡아갔지만, 유독 해웅을 만드는 게 어려웠다.

"알다시피 영화는 시간 순서로 찍는 게 아니잖아요. 앞부분과 뒷부분을 동시에 찍을 수도 있는 거죠. 그런데 앞부분의 해웅과 뒷부분의 해웅은 정말 달라요. 이걸 한 번에 표현해야 되는 게 조금 어려웠습니다. 잘 정리하지 않으면 무너지거든요."

"해웅에 대해 얼마큼 이해하고 있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졌어요. 어쩔 때는 막내 삼촌 같기도 하고, 어떨 때는 제가 부산에서 본 '츤데레' 수위 아저씨 같기도 하죠. 여러 가지가 뭉쳐서 있어서 기능적인 역할은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조진웅은 권력을 향해 나아가는 해웅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 자체가 권력과 야망의 본질인 만큼, 해웅이 그 지점을 가장 잘 보여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관객들이 해웅을 보면서 스스로 돌아보고, 현명한 선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게 메시지다.

"처음에는 시나리오를 보고 '왜 이렇게 어려운 거 썼나?' 싶었어요. 심리적인 요소가 정말 많았어요. 이럴 때는 눈 한 번 깜빡이는 거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아져요. 이 긴장의 정도를 얼마큼 표현해야 되는지도 숙제고요. 농도가 짙어질수록 디테일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데, 하나하나 보는 재미도 있을 거예요."

"제가 연기를 했는데요 씁쓸하더라고요. 당연히 결말도 알고 있고, 관객을 속이기 위한 지점들도 정확히 구분돼 있는데, 찝찝하더라고요. '저게 내 모습인가?', '나도 저렇게 살고 있나?', '나도 누군가를 배제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어요. 제가 느낀 이 지점을 관객들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길 바라요."

조진웅의 디테일이 가장 돋보이는 장면은 해웅과 순태가 국밥집에서 독대하는 장면이다. 극 후반부에 나오는 장면인데, 해웅이 순태에게 한 방을 날리면, 순태는 더 큰 한 방을 날리는 식으로 전개된다. 아무 장치 없이 대사로만 이뤄진 장면인데 긴장감은 넘친다.

"국밥신을 두고 '순태는 총인데, 해웅은 칼'이라는 말이 있었어요.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지만, 해웅도 공격을 하는 거죠. 해웅은 갈 곳이 없거든요. 순태는 이런 해웅이 얼마나 우스워 보이겠어요. 또 해웅은 아닌 척하지만 얼마나 떨었겠어요. 이런 감정에 집중하면서 촬영했죠."

"이 장면에서 흘리는 땀방울도 다 의도된 거였어요. 제가 원래 땀이 많아서 분장팀이 고생하는 편인데, 이 경우에는 오롯이 살 수 있었죠. 긴장감 넘치는 땀방울이에요. 순태에게 나오는 에너지가 느껴지니까 저절로 나오더라고요."(웃음)

이렇게 완성된 작품을 본 조진웅은 전하고자 한 의도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스태프와 동료 배우들을 믿고 협연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는 이성민, 김무열에 대한 신뢰가 담겨 있다.

"이성민 선배님이랑 연기하면 신명 난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흥분감이 있어요. 집중해야 되는 신에서는 신뢰가 없으면 밸런스가 안 맞거든요. 김무열은 열정적인 에너지를 쏟는 배우예요. 또 선한 영향력을 갖고 있죠. 현장이 덥고 힘들었을 텐데, 배려하는 모습이 참 건강해 보였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배우들, 스태프들과 함께 협연하고 싶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