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플러스] 삼성SDI, ‘게임 체인저’ 무기물 PR 개발…삼성전자와 협업한다

삼성전자 “SDI가 수차례 무기물 PR 샘플 공급”
2021년 PR 개발 시작한 뒤 무기물 소재 뛰어든 듯
금속 무기물 PR…유기물에 비해 단단한 회로 형성
인프리아 양산 시작 이후 다양한 업체들 도전
동진쎄미켐·영창케미칼 등도 무기물 PR 분야 진입 시도


삼성SDI(006400)가 반도체 초미세 회로 공정에서 ‘게임 체인저’ 소재로 각광받는 무기물 포토레지스트(PR) 개발에 착수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이자 계열사인 삼성전자(005930)와 협업한다. 무기물 PR은 반도체 노광 공정에서 범용으로 활용하는 유기물 PR보다 튼튼하고 견고한 회로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삼성SDI 외에도 글로벌 반도체 소재 업체들은 무기물 PR 기술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특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SDI가 여러 차례 ‘무기물’ PR 샘플 공급”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광공학회 'SPIE 2023'에서 세계 극자외선(EUV)용 PR 동향과 함께 삼성SDI의 무기물 PR 개발 내용을 언급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 발표에서 “삼성SDI가 삼성전자에 여러 차례 무기물(inorganic) PR 샘플 제품을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의 무기물 PR 개발 소식이 대중에게 공개된 건 처음이다. 지난 2021년 삼성SDI 전자재료사업부가 PR 개발에 뛰어든 소식이 알려진 이후 약 2년 만에 더욱 구체적인 회사 기술 로드맵이 알려진 것이다.


삼성SDI는 2019년 일본의 EUV PR 수출 규제 이후 삼성전자의 일본산 PR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사업부의 캐시카우인 ‘스핀-온 하드마스크(SOH)’라는 소재에 몰린 매출을 분산하려는 목적도 있다.


깊고 얇은 회로에서도 잘 버티는 무기물 PR…특허 전쟁 ‘후끈’



삼성SDI가 다양한 PR 중에서도 무기물 PR을 차세대 제품으로 점찍은 이유는 미래 반도체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이 상당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PR은 반도체 제조 공정 중 노광 공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소재다. 노광 공정은 웨이퍼에 빛으로 반도체 회로 모양을 반복적으로 찍어내는 작업이다. 이때 빛과 반응하는 물질인 PR을 웨이퍼 위에 발라야 한다.


그 동안 PR은 탄소·산소·수소 등을 포함한 ‘유기물’ 형태로 만들었다. 그러나 유기물 PR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회로의 폭이 10나노미터(㎚·10억 분의 1m) 이하로 미세해지고 폭까지 깊어지면서 빛으로 파낸 회로 모양이 와르르 무너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회로 불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소재가 무기물 PR이다. 무기물 PR은 유기물이 아닌 금속, 그야말로 무기물 알갱이로 만든 소재다. 금속 특유의 단단한 성질로 미세한 폭을 깊게 파더라도 튼튼하게 버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반도체 업계는 7나노 이하 미세 노광에 쓰이는 EUV 공정에서 이 PR의 쓰임새에 주목한다. 이진균 인하대 교수는 “무기물 PR은 차세대 노광 공정으로 손꼽히는 하이 뉴메리컬어퍼처(High-NA) 극자외선(EUV) 기술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범용 EUV 공정에서도 공정 단순화나 세부 공정 도입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기물 PR 분야에서의 강자는 일본 소재 업체인 JSR 자회사 인프리아다. EUV와 궁합이 좋은 주석(Sn) 기반 금속 알갱이로 PR을 만들었다. 인프리아는 현재까지 세계에서 유일하게 무기물 PR을 양산한다. SK하이닉스(000660)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 최초로 이 회사와 무기물 PR을 공동연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인프리아는 세계 최초로 무기물 PR을 만든 만큼 다양한 특허권을 확보했다. 삼성SDI가 이 시장에 진입하려면 인프리아가 친 촘촘한 특허망을 벗어난 차별화 기술을 구현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미 무기물 PR 업계에서는 치열한 특허 선점 전쟁이 예고된다. 최근 인프리아는 무기물 PR 시장을 겨냥하는 세계 최대 장비 회사 램리서치를 상대로 무기물 PR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무기물 PR 바람…국내 소재 기업들도 도전


국내 포토레지스트 현지화·국산화 현황. 서울경제DB

이러한 흐름을 타고 최근 국내 반도체 소재 업계에서도 삼성SDI 외 다양한 기업들이 무기물 PR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EUV 노광 공정 후 생긴 부산물을 씻겨내는 린스라는 소재를 국산화한 영창케미칼(112290)은 무기물 PR 연구 개발 내용을 기술 로드맵에 올려놓은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삼성전자에 EUV PR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진 동진쎄미켐(005290)이라는 소재 기업도 무기물 PR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동진쎄미켐은 무기물 PR 분야에서 기존 액체 형태 PR이 아닌 ‘증착’ 공정으로 PR을 씌우는 ‘드라이 레지스트’ 분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들은 드라이 레지스트 증착 장비에 공급하는 무기물 PR용 전구체(프리커서) 소재를 개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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