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불륜으로 낳은 아이가 내 친자라고?…법 개정 추진

변재일 의원 “불합리한 현행 친생추정제도 개선 필요”


바람을 핀 아내가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남편의 친자로 인정하지 않는 법 개정이 추진된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전자 검사에서 친자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면 친생 추정의 예외를 인정하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6일 밝혔다.


지난해 말 청주시 흥덕구 모 산부인과에서 A씨를 아동유기 혐의로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A씨의 아내가 출산 직후 숨졌고, 이렇게 낳은 자녀를 A씨가 병원에 방치한 채 데려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아이는 이혼소송 중 별거하던 A씨의 아내가 다른 남자 사이에서 태어났다.


A씨는 유전검사로 친자가 아님을 확인한 뒤 아이를 데려가지 않겠다고 거부했지만, 경찰은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에 들어갔다.


이처럼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배경은 1958면 제정된 민법 때문이다. 민법 844조에는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는 친생추정 조항이 있다. 민법에 따라 친자가 아니더라도 A씨가 법적으로는 친부가 되는 것이다.


민법 제정 당시에는 유전자검사 기술이 없어 친부관계를 정확히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 이 때문에 아이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혼인 관계가 유지됐을 때에는 아내가 낳은 자녀는 남편의 아이로 추정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유전자검사 등 과학적인 방법으로 친생자 판별이 가능해졌음에도 친생추정 조항은 여전히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예외규정이 없는 탓에 친생추정을 번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를 제기해야 하고, A씨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한 상태다.


A씨가 처벌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은 들끓었다. “아내가 바람피운 것도 기가 막힐 노릇인데 남의 아이까지 키워야 되느냐”며 네티즌들이 구시대적 법에 분통을 터트렸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A씨를 불입건 처리하고 사건을 종결키로 했다. 경찰은 A씨 조사 내용과 수사심의위원회 법률 자문, 사회복지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이같이 결정했다.


변 의원은 “기술적·사회적 변화를 법제도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A씨의 경우가 발생했다”며 “불합리한 현행 친생추정제도를 개선해 배우자의 외도로 친생관계를 부인하는 소송까지 해야 하는 억울함을 해결할 것”이라고 개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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