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일 “그동안 부동산 투자는 ‘대마불사’로 여겨져 반드시 성공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며 “하지만 고령화 등을 따져봤을 때 앞으로도 불패 신화가 계속될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물가와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물가상승률은 3월 4.5% 이하로 내려간 뒤 연말 3%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성장률도 3분기부터 반등하는 ‘상저하고’의 흐름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이날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젊은 세대가 대출로 집을 사려고 한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겠느냐’는 질문에 “부동산 투자의 불패 신화가 미래에도 계속 이어질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자율 등을 고려해 자기 능력에 맞게 좀 더 신중한 자산운용을 권하고 싶다”고 답했다. 무리한 대출로 집을 사려는 ‘영끌족’에게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이 총재는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원·달러 환율이 고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하면서 “해외 위험자산에 계속 투자하는 것은 상투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투자자들에게 경고한 바 있다. 젊은층 사이에서 또 다른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암호화폐 투자에 대해서도 그는 “투자 대상으로 여러 위험이 있는데도 전 국민의 16%가 암호화폐 계좌를 갖고 있는 것은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정부가 추진 중인 ‘은행 과점 체제 개선’ 방침에 대해서는 지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그는 “은행은 면허를 받는 산업이기 때문에 과점 체제의 부작용을 막는 건 당연하다”며 “정부가 개입해 예대금리차 정보를 공개하고 이윤을 성과급보다는 금융 안정에 출자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다만 “민간 중심의 은행산업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현행 변동금리 중심인 은행 금리 체계와 같은 구조적 문제 해결에 한은뿐 아니라 정부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물가에 대해서는 “2월 4.8%로 낮아진 물가상승률이 3월 4.5% 이하로 내려가고 연말에는 3%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다만 중국 경제 상황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유가 변동과 공공요금 조정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상반기 1.1%와 하반기 2.0%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며 “3분기부터 천천히 성장률이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