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의 생활 수준을 나타내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전년 대비 7.7% 줄어든 3만 2661달러에 그쳤다. 이에 따라 1인당 GNI는 20년 만에 대만에 역전당했다. 앞서 대만 통계청이 발표한 대만의 1인당 GNI 3만 3565달러보다 904달러 적다. 우리나라의 1인당 GNI 감소 폭은 2009년(-10.4%) 이후 13년 만에 가장 컸다. 정부와 여당이 목표로 삼은 2027년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진입도 한발 더 멀어지게 됐다.
대만과의 1인당 GNI 역전은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12.9%나 뛴 영향이 크다. 대만(6.8%)보다 2배 가까이 환율이 치솟아 달러화 기준 소득이 그만큼 쪼그라든 것이다. 한은은 원화 기준 소득이 전년 대비 4.3% 늘었다며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이 머지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원화가 강(强)달러에 유독 취약했다는 사실은 국민소득 하락의 근본 원인이 허약한 경제 기초 체력과 경쟁력 약화에 있음을 방증한다.
실제로 한은이 이날 공개한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4%로 역성장했다.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은 2.6%를 기록했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 급감과 내수 기반이 되는 민간 소비 위축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올해 성장률은 한은 전망 기준으로 1.6%에 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것이 우리 경제가 처한 엄중한 현실이다.
경제 위기의 터널에서 벗어나려면 수출을 이끄는 전략산업의 경쟁력 회복과 신성장 동력의 재점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대만의 경우 정부가 반도체 연구개발(R&D) 투자비의 25%를 세액공제해주고 반도체 인재 양성에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는 등 전략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대만의 법인세 최고 세율은 20%로 한국의 최고 세율보다 4%포인트나 낮다. 반도체 산업 시설투자 세액공제 비율 상향 등 전략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법안들이 줄줄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힌 우리나라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정부와 국회가 초격차 기술 확보와 인재 육성을 위한 예산·세제·금융 지원 등 전방위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