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시민들을 대상으로 난방비 지급에 나서 논란을 빚고 있다. 경기 파주시는 1월 말 모든 가구에 20만 원의 긴급에너지생활안정지원금을 주기로 결정했으며 평택시와 광명시도 전 가구에 10만 원의 난방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안양시와 안성시는 모든 시민들을 대상으로 1인당 5만 원의 난방비를 나눠줄 계획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 국민 난방비 보편 지원 방안을 들고 나오자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이 퍼주기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유례없는 난방비 폭탄 사태로 취약 계층에 선별적으로 난방비를 지원하는 조치는 필요하다. 하지만 중산층까지 포함한 전 국민에게 무차별적으로 난방비를 지급하겠다는 발상은 재정 악화를 부추기고 에너지 절감 정책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청년들에게 탈모 치료비를 지원하겠다는 지자체들의 정책도 모럴해저드와 세대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서울시 성동구는 올해부터 39세 이하 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연간 2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충남 보령시도 올해부터 49세 이하 탈모증 환자에게 1인당 최대 200만 원(생애 1회)을 지급하고 있다. 대구에서도 지난해 말 탈모 환자 지원을 위한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해 관련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희귀·난치병 환자 지원이 더 시급하다”며 “탈모의 경우도 중증 환자를 집중 지원하는 게 맞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초자치단체의 평균 재정 자립도가 지난해 45.3%에 머무른 상황에서 지자체의 현금 살포 경쟁은 재정난을 가속화한다. 파주시의 경우 지난해 예산 1조 5716억 원 가운데 지방세 등 자체 수입은 4852억 원으로 중앙정부의 지방이전재원(8127억 원) 중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지자체들이 나랏돈을 믿고 선거 표심을 겨냥한 생색내기 현금 뿌리기에 나선 셈이다. 지자체는 선심성 현금 지원 같은 포퓰리즘 경쟁을 멈추고 취약 계층 지원과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에 집중해야 한다. 국세의 19%를 지원하는 지방교부금 규정을 바로잡아 지자체 예산의 거품을 빼는 방안도 더 미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