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민생 경제 발목 잡는 방탄 국회

윤종빈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우리 정치는 지난 대통령 선거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위법 의혹에 사로잡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과거’ 이슈에 발목이 잡혀 ‘미래’ 설계가 거의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정치인의 위법 의혹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는 당연하다. 민주당이 이를 막아 새 정부의 국정 동력을 떨어뜨리고 민생 경제와 의회 정치를 망가뜨린 것은 매우 안타깝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이 대표가 대선 후보 때 폐지를 주장했던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제대로 활용했다. 민주당의 정치 수사 주장과 달리 정의롭지 못한 반칙이자 특권 남용이다. 정치 탄압이 아닌 개인 위법 의혹에 대한 수사이기에 회기 중이더라도 일반인과 동등하게 법원이 구속 수사 여부를 판단하도록 해야 했다. 불체포특권의 남용은 방탄 국회와 파국적 의회 정치를 초래했다. 불체포특권은 권위주의 정권의 정치 탄압에 맞선 의정 활동의 보호 장치다. 이를 의원 개인의 범죄 수사에 대한 방탄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거대 야당은 이 대표의 위법 의혹 수사에 대한 반발로 정상적인 토론과 합의 과정 없이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다수의 힘으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데 이어 이번에는 간호법 제정안을 밀어붙였다. 간호법 제정안 논의가 법사위에서 미뤄진 데는 다수당의 책임이 더 크다. 이처럼 ‘이재명 이슈’가 여야 갈등을 초래해 국회의 입법 기능이 마비되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상당수의 이탈 표가 드러난 체포동의안 부결로 민주당의 계파 갈등이 심각해졌다. 설상가상으로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한 이 대표의 재판이 시작돼 이재명 이슈는 계속될 것이다. 이 대표의 리더십 약화로 인한 당내 갈등이 여야 갈등으로 전이돼 당분간 국회의 정상화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앞으로 대장동·위례신도시·백현동의 개발 사업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및 쌍방울의 대북 송금 의혹 등과 관련한 수사와 구속영장 청구는 꼬리를 물 것이다. 이를 정치 보복이라는 명분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재명 이슈에서 출발한 야당의 국정 발목 잡기는 상당히 부적절하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보다 12%포인트 낮은 점과 민주당의 제1야당 역할에 대한 긍정 답변은 27%이나 국민의힘의 집권 여당 역할에 대한 긍정 답변은 34%로 나타난 사실은 야당의 국정 방해가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대통령 5년 단임제와 승자 독식의 선거 제도는 불가피하게 대선 불복과 정치 갈등을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처럼 현직 대통령이 연임의 기회를 가질 수 있고 결선투표처럼 1차전 패자도 2차전 선거 연합에 참여해 승자로 권력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승자와 패자만이 존재하는 ‘다수제’의 이분법 정치가 아닌, 누구라도 승자의 기회가 있는 ‘합의제’의 정치가 가능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10개월이 짧지만 길게 느껴지는 것은 이재명 이슈로 인해 축적된 정치 혐오와 피로감 때문이다. 이제라도 민생을 위한 정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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