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당내 주류인 친윤계의 지원을 등에 업은 김기현 당 대표 후보의 승리로 끝난 가운데 경쟁 후보들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비윤계 주자인 천하람 후보는 개혁을 앞세워 차별화에 성공하고 당내 입지 확대의 발판을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친윤계의 견제가 이어진 가운데 막판 대통령실 개입 논란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는 강공을 펼치면서 친윤계와의 관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8일 막을 내린 전당대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사로는 천 후보가 꼽힌다. 21대 총선에서 보수정당의 불모지로 꼽히는 전라남도 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천 후보는 당선 경력이 없는 ‘0선’으로 이준석 전 대표의 지원 속에 이번 경선을 치렀다.
경선에서 상향식 공천과 공천 자격시험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지난달 말에는 공천 개혁안을 제시하면서 국민의힘 전현직 주요 당직자들을 대상으로 수도권 또는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번 전당대회의 최대 승자는 이 전 대표를 충분히 대체할 가능성을 드러낸 천 후보”라며 “이 전 대표의 최대 강점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영향력이 낮아진 가운데 겸손하고 진지한 자세로 개혁 비전을 보여준 천 후보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고 평가했다.
대선 주자였던 안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단일화를 통한 대선 승리 공헌 등을 내세워 당 대표에 도전했지만 결국 당내 좁은 입지를 극복하지 못했다. 경선 초반 나경원 전 의원의 당 대표 출마가 친윤계의 견제로 좌절되자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상승세가 나타났고 중진인 서병수 의원의 지지를 확보하는 성과가 있었지만 결선투표 진출에는 실패했다.
안 후보는 경선 후반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전당대회 선거운동 개입 의혹이 불거지자 전당대회 전날인 7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고 황교안 후보와 함께 김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공동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전당대회 당일에는 “황 후보와의 공동 대응은 김 후보의 땅 투기 의혹과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의 전대 개입 논란에 대한 문제 제기였고 그 외 전당대회 결과에 대한 보이콧과 대여 투쟁은 논의된 바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박근혜 정부 시기 국무총리를 거쳐 당 대표를 지낸 황 후보는 김 후보의 울산 역세권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하면서 주목받았으나 안 후보와 마찬가지로 친윤계와의 갈등 속에 좁아진 입지를 회복하기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