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생에 나선 조선업 원·하청을 돕기 위해 체납 사업장의 정부 지원 제한을 한시적으로 푼다. 기존 법 적용을 유예하는 특례다. 경기 악화 속 조선업을 비롯해 주요 업종의 일자리 부족을 정부가 얼마나 심각하게 우려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범부처 빈 일자리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빈 일자리는 경기가 나쁠 때 고용 악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관련 지표인 미충원 인원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8만 5000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주요 연구기관은 올해 평균 취업자 수 증가분이 지난해보다 70만 명 줄어든 10만 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미 편성된 일자리 사업을 신속하게 집행해 고용 여건 개선을 뒷받침하고 당장 시급한 산업 현장의 빈 일자리 해소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일자리 대책도 적기에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인력난이 심한 업종을 6개로 선정하고 주관 부처를 지정하는 등 맞춤형 대책을 마련했다. 6개 업종은 제조업, 물류 및 운송, 보건 및 복지, 음식점업, 농업, 해외 건설 등이다. 정부는 경기·고용 둔화 상황을 고려해 14조 9000억 원 규모의 올해 일자리 예산 70% 이상을 상반기에 집행할 계획이다. 추 경제부총리는 “취약 계층의 생활 안정을 위한 직접 일자리 사업은 지난해보다 1만 4000명을 확대해 올해 총 104만 4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대책은 제조업 내 조선업 지원에 방점이 찍혔다. 담당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상생 협약을 맺은 원·하청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 사업을 마련했다. 조선업은 고숙련 근로자가 필요한 산업이지만 지난해 하반기 미충원율이 34%에 달한다. 이는 전체 산업 평균(15.4%)의 두 배다. 고위험 작업인 데다 하청 업체의 영세성 탓에 저임금이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원·하청의 임금과 복지 격차가 이어지는 상황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원·하청 상생에 나선 조선업을 대상으로 조선업 희망 공제, 공동근로복지기금 확대에 나선다. 하청이 신규 채용을 할 때 최저임금의 120% 이상을 지급하면 1년간 채용 장려금을 월 100만 원씩 지급하는 ‘일자리도약장려금’도 신설했다. 예고했던 조선업 ‘외국인 인력 확대정책’도 병행된다. 산업전환공동훈련센터를 확충하는 등 장기적인 일자리 조성 대책도 꺼냈다.
특히 고용 및 산재보험료 상설 분납 체납 사업장에 대한 정부 지원 제한의 한시 해제가 눈에 띈다. 현행법은 체납 사장에 대한 고용보험 사업 지원 자격을 박탈한다. 현행법 적용을 제외할 만큼 하청 업체의 경영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고용 및 산재보험료 납부 유예 조치도 6개월 추가 연장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체납 사업장까지 정부 지원을 해야할 만큼 하청의 경영 상황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산업통상자원부는 제조업 분야 빈 일자리 해소를 위해 뿌리산업의 근로 여건 개선 지원에 나선다. 물류 및 운송과 해외 건설을 맡은 국토교통부는 인력난이 심한 택배 상하차에 방문 동포 취업을 허용하는 방안 검토와 국외 근로자 주택 혜택 등을 대책으로 꺼냈다. 정부는 순차적으로 담당 부처가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올해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고 고용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며 “빈 일자리를 신속하게 메우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