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속 정체성 찾기…말레이시아 현대미술을 만나다

한세예스24문화재단 국제교류전 8일 개막

아누렌드라 제가데바의 '젬푸탄'은 신부의 결혼지참금이라는 전통 관습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사진제공=한세예스24문화재단

“말레이시아는 인도양과 남중국해 사이에 자리잡고 있어서 예부터 상인들과 유럽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며 서양문화에 대한 개방적 태도가 형성됐습니다. 말레이인, 중국인, 인도인, 파키스탄인 등 여러 민족으로 이루어진 데다, 국교가 이슬람교로 국민 대부분이 이슬람교인이지만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불교·기독교·힌두교인이 공존하고요. 이렇게 다양한 민족과 종교로 이뤄져 있는 국가이기에 말레이시아 현대미술의 특징은 ‘다양성과 복합성을 바탕으로 한 정체성 찾기’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박일호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교수)


말레이시아 현대미술을 다각도로 경험할 수 있는 국제문화교류전 ‘말레이시아를 품다’가 한세예스24(053280)문화재단의 주최로 8일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 1·2층 전시실에서 개막했다. 그간 말레이시아 현대미술가의 작품이 단편적으로 국내에 소개된 적은 있으나 12인 작가의 대규모 기획전으로 선보이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의 감독을 맡은 박일호 교수는 “1957년 말레이시아의 독립을 배경으로 전개된 말레이시아 현대 미술은 다문화 국가의 통일성과 다양성을 상징화하는 역할을 해왔다”면서 “이 전시는 말레이시아의 현재 모습과 고민을 다루는 현대미술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를 통해 기계화·산업화된 사회에서 정체성을 묻고 찾는 우리나라의 현재와 부합하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줄키프리 유소프·라진더 싱·친 콩 이 등 12명 작가의 33점 작품이 선보였다.



8일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에서 개막한 한세예스24문화재단의 국제교류전 '말레이시아를 품다' 기자간담회에서 전시감독을 맡은 박일호(오른쪽) 이화여대 교수가 참여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세예스24문화재단

작품들은 말레이시아의 민족적·문화적 정체성,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사회변화,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의 대비와 조화 등을 보여준다. 말레이시아 전통의상을 입은 남녀가 그려져 있고, 그림 아래에 ‘결혼식 초대장’이라고 적힌 아누렌드라 제가데바의 작품 ‘젬푸탄(Jemputan)’은 주인공 인물의 표정에 이야기의 실마리가 있다. 신부의 결혼지참금으로 번역될 수도 있는 ‘젬푸탄’에 전근대적 관습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전통 문화를 보여주는 듯한 션 린의 도자기 부조작품은 자동차용 페인트와 철 조각을 드문드문 붙여 표면이 매끈하지 않다. 이질적인 것들의 중첩이 이룬 말레이시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감지된다. 전시는 △매체 화합 △정체성 △경계를 넘어 △일상과 나의 4개 섹션으로 나뉜다.



션린의 도자부조 '청화용문집호' /사진제공=한세예스24문화재단

한세예스24문화재단은2014년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재단이다. 한국과 동남아 국가들 간 문화교류를 위해 매년 기획전을 진행해 왔다. 2015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태국·미얀마·필리핀 현대미술전을 개최했고,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지난 3년간 전시를 열지 못하다 이번 전시를 통해 활동을 재개했다.


조영수 한세예스24문화재단 이사장은 “말레이시아는 괄목할 만한 경제·문화적 발전을 이루었으며 경제적으로도 우리나라와 깊은 관계를 맺어온 나라”라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말레이시아의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기회가 되고, 양국의 문화적 교류에도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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