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을 설계한 영국의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69)가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8일 외신 등에 따르면 프리츠커상 심사위원단은 치퍼필드를 올해의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선정하며 “건축가를 예술가로 돋보이게 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대신 건축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천착했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디자인보다는 건축의 본질을 파고들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셈이다.
실제 치퍼필드는 ‘건축가보다 건축물이 중요하다’는 소신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외벽에 첨단 소재를 사용하거나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대신 주어진 환경에 잘 어울리는 품격 있고 절제된 건축물을 선보이는 데 주력해왔다.
16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마르코광장에 세워진 ‘프로쿠라티에 베키에’의 복원·리모델링 작업이 그의 손을 거쳤고 1904년에 건립된 미국 세인트루이스미술관에 새 전시관을 설치하는 작업과 독일 베를린신박물관의 리모델링 작업도 치퍼필드가 담당했다. 지난달에는 그리스 아테네의 국립고고학박물관 리노베이션을 맡을 책임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용산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의 본사 건물도 그의 작품이다. 건물 내 3개의 정원인 ‘루프가든’을 배치해 자연과 호흡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한 이 건물은 2019년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고층 건물’에서 2개 부문 대상과 1개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치퍼필드는 영국 남부 데번 출생으로 런던에서 건축을 전공한 후 파리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리처드 로저스의 밑에서 일했다. 1985년 자신의 회사를 설립했으며 일본 디자이너 미야케 잇세이의 쇼룸 설계와 지바현의 미술관 등의 의뢰 등으로 수년간 일본에서 활동했다. 당시 경험이 작품 세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