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반도체 부품업체에 뭉칫돈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향후 반도체와 5G(5세대) 이동통신 부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해당 분야의 유망 기술 기업 투자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오킨스전자(080580)가 발행한 50억 원 규모 전환사채(CB) 전량(8회차)을 최 이사장이 인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이사장은 고(故) 최종현 SK(034730)그룹 선대회장의 막내딸이자 최태원 회장의 여동생이다.
오킨스전자는 지난 2일 이사회를 열어 CB 발행을 결정했고, 다음날 바로 자금 납입이 이뤄졌다. 오킨스전자가 자금조달에 나선 것은 제품 생산과 원부자재 매입 자금을 확보하고 주요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다. 향후 대규모 투자 유치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최 이사장은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22년 한국의 50대 부자' 순위 43위에 올라있다. 포브스가 추정한 최 이사장의 자산은 10억 2000만 달러(1조 3400억 원) 규모다. 해당 자산의 상당 부분은 SK그룹 주식이 차지하고 있다. 최 이사장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SK그룹 지주사인 SK의 지분 6.5%를 보유한 2대주주로 있으며 이는 8일 종가 기준 약 8570억 원어치다.
1998년 설립된 오킨스전자는 반도체 검사 장비용 소켓·커넥터 전문 기업이다. 번인소켓(Burn-In Socket) 제조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다. 번인소켓은 반도체 후공정 과정에서 집적회로가 고온의 환경을 견딜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공정에 쓰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등이 주요 고객사다.
최 이사장은 오킨스전자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투자처로 낙점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스타트업들에 투자를 단행한 적은 있지만 SK가 아닌 상장사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킨스전자는 1998년 번인소켓 제조 기술 국산화에 성공한 이후 지속적인 연구·개발(R&D)를 통해 기술력을 높여왔다. 최근 들어서는 반도체 칩 제조 과정의 필수 부자재인 '마그네틱 콜렛(Magnetic Collet)'과 전기차 배터리 효율을 높여주는 전기차용 배터리 커넥터 개발도 신사업으로 추가했다. 향후 기존 사업 부문의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적극적인 신사업 추진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반도체 부품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체가 서버용 D램을 DDR4에서 DDR5로 전환하고 있는 것에 대한 준비에 한창이다. DDR5용 테스트 소켓 수요 확대에 발맞춰 제작·공급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또 신규 사업군으로 확보한 전력용 반도체 테스트 서비스, 5G(5세대 이동통신) 부품 커넥터 분야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최 이사장은 스타트업 투자 등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을 다시 재단에 기부, 운영비로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투자의 수익이 발생하면 일부도 역시 재단에 기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최 이사장은 SK그룹이 출연해 설립한 행복나눔재단 뿐아니라 예술가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우람문화재단 이사장도 맡고 있다. 우람문화재단은 100% 최 이사장 개인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최 이사장이 개인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 투자했다기보다는 재단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원활히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면서 “오킨스전자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투자했을 뿐, SK그룹과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