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이 올해 자동차 185만 대를 생산해 108만 대를 수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특히 수출 108만 대는 지난해보다 7% 늘어난 규모인데 지난 2개월간 180억 달러에 육박한 무역수지 적자를 자동차 수출로 타개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셈이다.
현대차는 9일 울산공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회사 현황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정 회장의 안내로 자동차 수출 선적 부두와 울산5공장 제네시스 생산 라인 등을 둘러봤다. 윤 대통령이 현대차 공장을 방문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하이브리드 전기추진선 ‘울산태화호’를 타고 현대차 수출 부두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은 이곳에서 자동차운반선(PCTC) ‘글로비스스카이호’에 올라 수출 상황을 점검했다. 현대글로비스가 운영하는 이 선박은 소형차 7500대를 한번에 실어 나를 수 있는 대형 자동차운반선이다. 길이 200m, 폭 32m에 달하며 10층 건물에 육박하는 크기를 갖췄다.
수출 현장을 둘러본 윤 대통령은 제네시스 세단 제품군(G70·G80·G90)을 생산하는 현대차 5공장으로 이동했다.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수출 차종이다. 최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GV70 전기차를 생산하기 시작했지만 이를 제외한 모든 물량은 울산공장에서 생산해 세계로 수출한다.
정 회장은 올해 국내에서 총 185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108만 대를 해외로 수출하겠다는 계획을 윤 대통령 앞에서 직접 발표했다. 이는 코로나19 원년인 2020년과 비교했을 때 생산은 14.3%, 수출은 28.7% 늘어난 수치다. 윤 대통령이 현대차 울산공장을 찾은 것은 최근 한국의 수출을 지탱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최근 반도체 수출이 1년 새 40% 급감하며 전체 수출이 5개월 연속 역성장하는 와중에도 자동차만큼은 호실적을 거두며 반도체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56억 달러로 지난해 2월(38억 4000만 달러)보다 47.1% 급증했다. 15대 주요 품목 가운데 수출이 가장 크게 늘었다. 반도체 수급난 완화와 친환경차·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부가가치 신차를 앞세워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냈다.
자동차 산업은 최근 수년간 지속된 글로벌 반도체 수급 불안과 수요 위축 등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국가 경제의 주축을 맡았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자동차 수출액은 540억 6700만 달러로 반도체와 석유제품에 이어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고 무역수지에서도 386억 9500만 달러의 흑자를 거뒀다.
현대차는 핵심 생산 거점인 울산공장을 글로벌 미래차 허브로 육성하기 위한 계획도 밝혔다. 울산공장은 단일 공장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생산 시설이다. 국산 고유 모델 포니와 세계 최초의 수소전기차를 양산한 국내 자동차 산업 발전의 역사적인 산실로 수출용 차량을 연간 최대 110만 대 선적할 수 있는 자동차 전용 부두까지 갖추고 있다.
울산공장은 지난해에만 제네시스를 포함해 내연기관차·친환경차 등 17개 차종 총 142만 4141대를 생산했고 이 가운데 약 66%인 93만 5590대를 해외에 수출하며 코로나19 시대에도 국가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다했다. 특히 최근에는 아이오닉5를 비롯해 GV60 등 전용 전기차를 차질 없이 양산하며 전동화 체제 전환을 이끌고 있다. 나아가 울산공장은 친환경 첨단 생산 시설을 확충해 다양한 미래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2030년 국내 전기차 분야에 21조 원을 투자하고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의 45%에 달하는 144만 대를 국내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울산, 기아(000270)는 경기 화성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새로 설립한다. 울산 전기차 신공장은 올해 건설을 시작해 2025년 완공될 예정이다. 현대차가 국내에 공장을 짓는 것은 1996년 아산공장 이후 29년 만에 처음이다.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현대차는 내년까지 700명의 생산직을 신규 채용하고 기아도 신입 생산직을 뽑을 예정이다.
정 회장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미래 생태계를 고도화할 청사진도 소개했다. 국내 전기차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미래차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후 생산 거점의 단계적 재편, 전동화와 제조 기술 혁신 등을 고려한 전문인력 중심의 기술직 신규 채용과 육성도 병행할 방침이다. 또한 현대차는 전동화 가속화 등 자동차 산업 변혁기를 맞아 국내 부품 협력사의 효과적인 미래차 사업 전환을 돕기 위한 방안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