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를 기록했다. 1분기 만에 다시 ‘플러스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고물가로 민간 소비 회복이 더뎌진 데다 기업 경기가 위축되면서 전체 경제의 회복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0년간 이어온 완화적 통화정책의 출구전략 모색이라는 과제를 안고 다음 달 출범하는 우에다 가즈오(사진) 총재의 일본은행(BOJ) 역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일본 내각부는 지난해 4분기 일본 GDP 성장률이 연율 기준 0.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초 시장 전망치(2.0%)를 크게 밑돈 것은 물론 2월에 발표된 예비치(0.6%)보다도 하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GDP 성장률은 1.1%(속보치)에서 1.0%로 낮아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이 2분기 연속 역성장을 간신히 피했다”면서도 “인플레이션 압력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일본 경제가 계속 약화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내수 시장을 떠받치는 민간 소비의 부진이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 소비는 전기 대비 0.3% 증가에 그쳤고 공공투자는 0.3%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일본 경제가 사실상 ‘제로(0) 성장’을 보이면서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지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는 경기 부양을 최우선 목표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상황에도 ‘돈 풀기’를 고집해왔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특히 이번 성장률은 지난해 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된 해외 입국을 재개하고 관광지원금 등 각종 내수 진작 정책을 편 가운데 받아 든 성적표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BOJ 수장을 맡게 된 우에다 총재의 어깨도 더욱 무거워졌다. 그는 기록적인 엔저를 초래한 초저금리 정책과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으로 대변되는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전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긴축 전환은 일본의 저성장 탈출을 더욱 요원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사카이 사이스케 미즈호리서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BOJ의 정책 변화를 마주하기에는 일본의 경제 회복 속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