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긴축 강화 등 변동성 요인이 줄줄이 다가오자 증권가에서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을 늘릴 때라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최종금리 수준에 대한 전망치가 계속 상승하면서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시장을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2월 고용지표와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발표된 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다시 ‘빅스텝(0.50%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에 전문가들은 보수적인 투자 대응을 권고했다.
삼성증권(016360)은 9일 현금 비중에 대한 향후 3개월 기준 투자 의견을 축소에서 확대로 상향했다. 글로벌 주식은 확대에서 중립으로, 채권은 중립에서 축소로 각각 하향했다. 커진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주식과 채권 비중을 이전보다 줄이고 현금 보유량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증권 역시 이날 ‘주식 투자를 쉬어갈 시기’라는 의견을 냈다. 현재 상황에서 지수가 오르기보다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근거는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익 추정치가 쉼 없이 하락 중인 가운데 평가 가치(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고 높은 신용 잔액은 현재 시장에서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는 요인” 이라며 “시장에 호재보다는 악재가 많은 상황에서 현재 투자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쉬는 것도 좋은 투자 전략”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최종금리 상단이 계속 높아지면서 긴축 공포는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달 미국 FOMC에서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76.4%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만 해도 50bp 인상 확률은 29.9%에 불과해 25bp 인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7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최종금리의 상단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자 상황은 반전됐다.
미국의 2월 고용지표가 10일(현지 시간) 발표되고 14일에는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공개될 예정이어서 변동성이 심화될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고용·물가지표 발표 이후인 21~22일 FOMC를 통해 미국의 3월 금리가 결정돼 각 지표의 수준에 따라 긴축 공포는 커질 수 있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조만간 발표되는 미국의 고용·물가지표에 따라 시장의 최종금리 예상 수준이 6%대까지 급등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면서 “단기투자자들은 낙관론에 대한 반작용이 클 가능성을 열고 보수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시장이 이미 고강도 긴축을 경험한 만큼 실제적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부터 미국의 최종금리 전망치가 올라갈 때마다 국내외 증시의 하방 압력이 높아졌지만 시장에 통화정책에 대한 내성이 생긴 만큼 경기회복세에 따라 오히려 상방이 더 열려 있다는 이유에서다. 긴축 공포가 극에 달하고 있는 반면 증시와 환율의 변동성이 지난해보다 제한적이라는 점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더한다.
장현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의 금리 민감도가 줄고 있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 긴축 완화 없이도 경기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긴축 자체는 당연히 시장에 부담이지만 완만한 물가 상승 속에 경기가 확장되는 골디락스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