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청구→당심 분열→측근 사망…버티는 李 흔드는 '악재 회오리'

■이재명 前 비서실장 사망
민생 행보·지지층 결집 나섰지만
주변인 5번째 비보에 모든 일정 취소
李 "檢 미친 칼질 용서할 수 없어"
유서 진위 따라 사퇴 압박 거셀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의료원에 마련된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의 초대 비서실장 전형수 씨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갈수록 악재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달 자신에 대한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 때 당내 ‘이탈표’가 다수 발생해 리더십이 흔들린 상황에서 이번에는 경기도지사 시절의 측근이 사망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이 대표는 해당 사건의 책임을 검찰에 돌리고 민생·경제 행보를 통해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어내려 하고 있지만 거취에 대한 거센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당초 이날 경기도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가진 뒤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거점센터 방문과 국민보고회 참석 등의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 대표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에서 경제와 민생을 살피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곱지 않은 여론과 당내 민심을 달래보려는 차원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전날 밤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전형수 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결국 이 대표는 현장 최고위를 제외한 모든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그 대신 전 씨의 빈소를 찾아 20여분간 조문했다. 유족을 만난 이 대표는 고인에 대해 “같이 일을 한 공직자 중에 가장 청렴하고 가장 유능한 분”이라고 회상한 뒤 “너무 안타깝다”고 위로했다고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표와 유족과의 대화 내용 중에선 유서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한 대변인은 덧붙였다.


민주당은 책임을 검찰에 돌렸다.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가 전 씨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검찰의 미친 칼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하며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아울러 최고위에서 모두발언이 진행되는 내내 호흡을 가다듬으며 감정을 억누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전 씨의 사망에 대해 독재 검찰의 ‘사법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입장문을 통해 “평생을 헌신한 공직자의 삶을 망가뜨린 검찰의 사법 살인에 끝까지 책임을 묻고 조작 수사의 진실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했다. 박성준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에서 “검찰은 수사를 하는 것이냐, 아니면 인간 사냥을 하는 것이냐”며 비난했다.


다만 전 씨의 유서에 ‘이 대표는 정치를 내려놓으라’는 내용이 담겼다는 보도와 관련된 파장에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서 전문이 직접적으로 공개된 적이 없는 만큼 아직은 친명과 비명 모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진위가 확인될 경우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도 이날 재판을 마치고 나오면서 이 대표를 향해 “제발 남의 핑계 좀 대지 말고 본인 책임부터 얘기하라”고 비판 강도를 높였다.


지도부를 맡고 있는 한 친명계 의원은 “검찰이 혐의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내놓지 않은 채 강압적인 수사를 이어가면서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대표직 사퇴 자체가 검찰에 굴복하는 모습이 될 수 있다”며 이 대표의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계파색이 옅은 초선 의원도 “이 대표의 존재가 총선에 부담이 된다면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봤지만 이번 사건은 오히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황을 연상시킨다”며 이 대표 체제에 힘을 실었다.


다만 비명계는 여전히 이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한 비명계 중진 의원은 “검찰의 강압 수사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이 대표도 ‘단결하자’는 메시지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이어 “총선에 대한 의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승리를 위해 어떠한 결단이든 내리겠다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이 대표 행보로는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이 대정부 투쟁 강도를 더욱 높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법 패스트트랙과 더불어 양곡관리법 강행 처리 등을 통해 실력 행사를 하며 정부 여당을 압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최고위에서 “법제사법위원회는 다음 주 중으로 (50억 클럽, 김건희) 양 특검법을 반드시 심사하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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