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순간 만큼…지구는 오히려 편해진다[지구용 리포트]

'불편클럽 챌린지' 해보니
고체치약·장바구니 사용 등
편리함·즐거움 조금씩 포기
3주간 미션 직접 정해 실천

불편클럽의 ‘제로 웨이스트’ 미션을 위해 아무런 포장재 없이 장바구니에 담은 알배추. /사진=박윤선 기자

플라스틱은 수백 년간 썩지 않는 데다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한다. 축산업은 소·돼지고기나 우유를 생산하면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1.4%(유엔식량농업기구, 2015년 기준)를 내뿜는다. 인간의 삶을 보다 편리하고 즐겁게 하기 위해 지구를 희생해온 대가는 결국 우리 인간에게 엄청난 청구서로 돌아오고 있다. 우리는 매주 신용카드 한 장 분량의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는 수많은 이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다.


파국을 막으려면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누리는 편리함과 즐거움을 조금씩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서울환경연합의 ‘불편클럽’ 챌린지에 도전하게 된 이유다. 2023원을 후원하면 ‘불편클럽’ 키트를 받아 챌린지에 참여할 수 있다. 챌린지는 혼자서 3주 동안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첫 주는 제로 웨이스트, 둘째 주는 비건, 셋째 주는 에너지 절약을 주제로 각각 5개씩 미션을 설정하면 된다. 총 15개의 미션을 정하기 어렵다면 키트에 포함된 환경연합의 안내서나 참가자에게 발송되는 e메일을 참고해도 좋다.



냉장고에 붙여둔 불편클럽 키트. 어떻게 미션을 수행할지 간단하게 알려주는 안내서, 색깔별 스티커, 스티커를 붙여 완성하는 해빗 트래커, 자석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유주희 기자

기자는 ‘장바구니 쓰기’ ‘온라인 주문 안 하기’ ‘고체 치약 쓰기’ 등의 제로 웨이스트 미션을 택했다. 장바구니에 포장재 없이 ‘알맹이’만 담으려면 전통시장이 제격이다.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는 종이·플라스틱·비닐로 포장된 제품뿐이기 때문이다. 고체 치약은 삼키지 않고 씹기가 어색했지만 금세 익숙해졌다. 액체 치약의 플라스틱 튜브는 재활용이 어려운 반면 고체 치약은 종이 포장재에 담겨 있다.


모든 미션을 다 소개하기는 어렵지만 ‘비건’ 미션 중 ‘알배추 구이로 식사하기’, ‘에너지 절약’ 미션 중 ‘TV 대신 종이 만화책 읽기’는 누구라도 손쉽게 도전할 수 있다. 알배추 구이는 에어프라이어에 알배추를 굽기만 하면(180도에서 3분 안팎) 된다. 취향에 따라 소금·후추를 더해도 좋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다이어트식으로도 인기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알배추 구이. /유주희 기자

미션에 성공할 때마다 스티커를 붙이면서 ‘스티커조차 쓰레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3주 실천으로 한 사람의 탄소 배출량이 0.001%라도 줄어든다면 스티커 정도의 보상은 맘 편히 즐겨도 되지 않을까.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완전한 금욕주의’나 ‘완벽한 실천’을 지향할 필요는 없다. 고기 한 끼 덜 먹기, 길거리에 담배꽁초를 버리려는 친구를 말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구 사랑은 시작이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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