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픽시(PIXY)의 목표는 명확하다. 가요계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것. 여느 아이돌의 포부처럼 평범해 보이지만, 꿈을 이루기 위한 마음가짐은 결코 가볍지 않다. 데뷔 후 2년 동안 쌓아온 것들에 대한 자부심도 있다. 이제 세상에 ‘K팝 걸그룹 픽시’라는 이름을 아로새길 날만 남았다.
픽시(디아, 로라, 수아, 다정, 린지)는 미니 4집 ‘초즌 카르마(CHOSEN KARMA)’ 발매를 앞두고 지난달 24일 서울경제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초즌 카르마’는 선과 악을 나누는 픽시의 독특한 세계관 중 ‘다크 시티’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앨범이다. 전작인 ‘리본(REBORN)’에서 환생했던 픽시가 하늘의 선택을 받은 특별한 존재라는 걸 증명하는 내용이다.
처음 픽시의 앨범을 접하는 이들이라면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데뷔 때부터 이어오는 방대한 세계관이기 때문이다. 영화 시리즈처럼 탄탄한 이들의 세계관을 알고 나면 훨씬 재밌다. 잉글랜드 신화에 나오는 요정을 뜻하는 픽시라는 팀명에서 세계관이 시작된다.
“픽시는 선과 악이 나눠져 있어요. 함께 날개를 찾아야 하는데(데뷔 앨범 ‘Wings’) 혼란스러워서 서로를 의심하고 이간질하죠.(미니 1집 ‘Bravery’) 결국 날개를 못 찾아서 다 죽게 되고요.(미니 2집 ‘TEMPTATION’) 그러다가 환생을 하게 되고, 악몽을 통해 전생을 마주하게 돼요.(미니 3집 ‘REBORN’) 빌런으로 모였던 우리 앞에 조력자가 나타나면서 끝나는데 그 이야기가 이번 앨범에 담겼어요.(미니 4집 ‘CHOSEN KARMA’)”
‘다크 시티’는 세계관의 중요한 배경이다. 픽시는 이곳에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내려주는 악의 심판자 역할도 한다. 이 모든 내용은 타이틀뿐만 아니라 수록곡, 뮤직비디오에 연결돼 있다.
안무에도 세계관을 표현한다. 픽시는 “세계관을 모른 채 접하더라도 화려하고 강렬한 퍼포먼스 덕분에 멋있는 그룹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스토리를 알아가면 더 재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관에서 운명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잖아요. 동전이 앞뒷면으로 운명을 정하는 것처럼 뮤직비디오와 퍼포먼스에서 코인이 계속 나와요.”(다정)
타이틀곡 ‘카르마’는 두 곡을 합해 만들어진 하이브리드 리믹스 곡이다. 당초 ‘하이드 앤 시크(HIDE&SEEK)’ ‘플립 어 코인(FLIP A COIN)’ 두 곡이 타이틀 후보였다. 타이틀 투표를 하는 자리에서 ‘두 곡을 합치면 픽시 색깔을 낼 수 있겠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카르마’가 탄생했다.
“‘하이드 앤 시크’는 술래잡기를 하듯 악을 처단한다는 내용이고, ‘플립 어 코인’은 악에게 동전을 던져서 심판을 내리는 이야기예요. 각 곡의 세계관을 합쳐서 지금의 세계관이 나왔죠.”(다정)
“처음엔 묘했어요. 두 곡의 분위기가 다르거든요. 강렬하고 다크한 분위기와 펑키하고 유쾌한 것이 합쳐지면서 오묘한데 잘 어울리더라고요. 이게 진짜 우리가 표현하고자 했던 곡이구나 싶었어요.”(디아)
“안무까지 나오니까. ‘아 이거구나’ 싶었어요.”(수아)
컴백 준비에 한창이던 인터뷰 날은 마침 픽시의 데뷔 2주년 기념일이었다. 수아의 생일까지 겹경사를 맞은 픽시는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아쉽게도 컴백을 앞두고 있어 팬들과 라이브로 소통하지 못하고, 팬카페에 손편지와 컴백 스타일링 전 찍어둔 사진을 올렸다.
“2년이라는 게 길면서도 짧은 시간이에요. 지금도 데뷔 초라고 생각될 만큼 팬분들과 많이 만났다고 할 수도 없잖아요. 이제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에요. 새 멤버 린지와 스타트를 하게 돼 기쁘고 감동이 있어요. 2년 동안 버텨준 멤버들에게도 감사하고요. 팬분들도 기다려줘서 감사해요. 앞으로 데뷔 때처럼 당찬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로라)
“버텼다”고 할 만큼 픽시에게 지난 2년은 쉽지 않았다. 지난 2021년 2월 6인조로 데뷔했지만 지난해 8월 멤버 2명이 탈퇴하고, 린지가 같은 해 9월 합류하는 등 멤버 변동이 있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멤버들끼리 똘똘 뭉쳤다.
“우리끼리 소통을 많이 했어요. 서로 의지를 많이 하면서 그런 순간과 상황을 잘 이겨낼 수 있었죠. 린지가 들어오면서 팀이 업그레이드되는 시기였다고 생각해요. 멤버들에게 고마워요.”(디아)
데뷔 당시 리더가 아니었던 디아는 멤버 변동을 겪으며 팀을 이끌게 됐다. 덜컥 부담감을 갖게 됐고 고민도 많이 했다. 팀 내 유일한 동갑 친구인 로라는 그런 디아 옆에서 묵묵히 있어줬다.
“멤버들이 성숙해요. 그런 저의 마음을 잘 알아줘서 제가 너무 부담감을 갖지 않게 도움을 많이 주고 편하게 해줬어요. ‘언니가 너무 다 하려고 하지 마라’라고 해줘서 힘든 게 있으면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친구 로라에게 많이 이야기했었죠.”(디아)
많은 대화 덕분에 팀워크는 단단해졌다. 서로의 성향을 빠르게 파악하면서 평상시에도 무대 위에서도 자연스럽게 호흡이 맞춰졌다.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함께 성장했다. 다 함께 같은 목표를 갖고 노력한 결과다.
롤모델도 한결같다. 데뷔 때부터 얘기했던 그룹 투애니원과 (여자)아이들이다. 무대 위에서 자유롭게 표현하는 모습이 워너비다. 언젠가 투애니원처럼 미국 최대 음악 축제 코첼라 무대에도 서고 싶고, 빌보드 차트에도 오르고 싶다.
그보다 앞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픽시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긴 하지만, 국내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싶다. 포털사이트에서 동명의 자전거 브랜드를 이기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자전거의 지분이 크더라고요. 장난으로 우리가 이름을 바꾸자고 이야기한 적도 있지만, 마음으로는 검색창에 픽시가 우리로 가득 찼으면 좋겠어요.”(수아)
“어렵고 힘든 만큼 우리가 해내면 성취감이 있을 것 같아요. 운명은 정해졌으니까 개척해 나가는 건 픽시가 하면 되지 않을까요?”(디아)
“자전거 브랜드에 로라라는 제품명이 있더라고요. 전 두 개 이겨야 합니다.”(웃음)(로라)
이번 앨범은 느낌이 다르다. 준비하면서부터 업그레이드된 픽시를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비로소 완성형 픽시가 될 수 있겠다는 마음이다.
“픽시를 한 번 알면 출구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노래도 좋고 퍼포먼스도, 콘셉트도 좋아요. 자부심이 있습니다. 이번에 미국 투어도 가거든요. 1시간 공연인데 내레이션으로 세계관 스토리를 설명하면서 무대를 해요. 하나의 뮤지컬처럼 볼 수 있는 게 큰 장점이에요.”
“항상 차트 순위에 대한 소망도 있지만 크게 한 방을 노리고 있어요. 지금 당장은 신인이기도 하고 여러 한계점들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지금까지 잘 해왔다고 생각해서 앞으로도 잘 쌓아가다 보면 우리를 알아주는 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한 방을 노리며 꾸준히 열심히 해보겠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