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 한국 국민소득은 어쩌다 20년 만에 대만에 따라잡혔을까

한·대만 제조업·수출 기반 비슷해 비교 용이
1인당 GNI 韓 7.7% 줄 때 대만 0.7%↓
원화 12.9% 절하될 때 대만 달러 6.5%
대만은 미·중 갈등에 수출 반사이익 누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지난해 연간 국민소득 통계에서 화제가 된 것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대만에 역전당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한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GNI는 3만 2661달러로 전년 대비 7.7% 줄었습니다. 앞서 대만 통계청이 발표한 대만의 1인당 GNI 3만 3565달러보다 904달러 정도 적습니다. 한국의 1인당 GNI가 대만에 뒤처진 것은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입니다.


1인당 GNI에 주목하는 것은 한 나라 국민의 종합적인 생활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1인당 GNI 지표는 국가 간 비교가 쉽기 때문에 주로 달러로 환산해 활용합니다. 1인당 GNI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국민의 구매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로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이 저하됐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1인당 GNI는 2006년 2만 달러를 처음 넘어 2017년 3만 달러를 돌파했으나 한동안 정체 흐름을 보였습니다. 지난해 경제 회복에 물가 상승, 원화 강세 등으로 3만 5000달러를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한 지 불과 1년 만에 큰 폭으로 줄어든 셈입니다.


한은은 1인당 GNI가 줄어든 배경으로 원·달러 환율을 지목했습니다. 1인당 GNI 감소 폭 2712달러를 요인별로 분해한 결과 원화 약세가 4207달러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2021년 평균 1144원에서 지난해 평균 1292원으로 12.9% 올랐습니다. 경제 성장(896달러), 물가 상승(437달러), 국외순수취요소소득(88달러), 인구 감소(74달러) 등 증가 요인을 모두 더한 것(1495달러)보다 환율로 인한 감소 영향이 훨씬 큽니다. 실제로 달러가 아닌 원화 기준으로는 1인당 GNI가 4220만 3000원으로 전년 대비 4.3% 늘었습니다.



10일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우리나라가 원화 약세로 1인당 GNI가 급감하는 동안 대만은 상대적으로 선방에 성공하면서 1인당 GNI가 소폭 줄었다는 겁니다. 지난해 전 세계적인 미국 달러화 강세로 원화가 12.9% 절하되는 동안 대만 달러는 6.5% 절하에 그치면서 1인당 GNI가 전년 대비 0.7% 감소에 그쳤습니다. 명목 GNI도 4.6% 늘면서 우리나라(4.0%)를 앞질렀습니다. 그렇게 대만은 1인당 GNI에서 우리나라를 제쳤습니다.


사실 대만은 우리나라와 경제구조가 비슷한 동시에 경쟁 상대국인 만큼 중요한 국가입니다. 한때 아시아 네 마리 용으로 불렸던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중에서 홍콩과 싱가포르는 인구가 작은 만큼 우리는 주로 대만과 경제를 비교해왔습니다. 두 나라 모두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고 내수보단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했습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것도 공통점입니다. 그만큼 대외 환경이 바뀌었을 때 얼마나 잘 대응하는지 바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서울경제DB

그런 만큼 대만과 1인당 GNI가 역전된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국민소득 역전이 환율 등 대외 요인 때문이라고 하지만 원화가 대만 달러보다 큰 폭으로 절하됐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 펀데멘탈이 취약할 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이 뒤처지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9월 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대만은 대중 무역에서 흑자를 내고 있습니다. 당시 김경훈 무협 연구위원은 “대만은 양안 긴장 관계 속에서도 대중 흑자 규모가 늘었는데 이는 팹리스, 파운드리, 후공정으로 연결되는 반도체 생산 전 단계에 걸친 경쟁력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 통제에 따라 중국 반도체 수요가 대만으로 집중되며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대만 내부에서도 이번 국민소득 역전을 두고 비슷한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10일 원·달러 환율은 2.0원 오른 1,324.2원으로 장을 마쳤다. 사진은 이날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1월 경상수지 적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1월 경상수지는 45억 2000만 달러 적자로 역대 최대로 나타났습니다. 경상수지는 상반기 적자가 확실하고 연간 흑자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강달러 공포가 다시 시작된 2월 1일부터 3월 8일까지 원화는 6.8% 하락했는데 이보다 더 크게 떨어진 통화는 러시아 루블화(-7.7%)뿐입니다. 한은은 1인당 GNI 4만 달러가 여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대로면 전망은 불투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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