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 52시간인 노동 시간을 최장 69시간(주 6일 기준)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한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가운데 직장인들의 불만과 걱정 섞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해당 개편안을 바탕으로 한 '69시간 근무표'가 올라와 화제가 됐다. 정부 발표안대로라면 주6일 기준 노동 시간은 최대 69시간으로 늘어나는데, 이를 가정한 직장인의 일과표다.
일과표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동안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해 새벽 1시까지 근무하는 일정이 반영돼있다. 출근 준비로 소요되는 1시간마저 제외하면 평일 수면 시간은 새벽 2시부터 새벽 7시까지로 5시간에 그친다. 부족한 수면을 채워야 하기에 주말에는 온통 '기절' 표시가 돼있다. 누적된 피로로 인해 악화된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병원' 진료 일정 또한 포함됐다. 네티즌들은 "죽음으로 가는 근무표", "조선시대 노예도 이렇게는 안했을 듯" 등 반응을 보이며 정부 발표안을 비판하고 있다.
정부는 근로시간의 총량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할 때 바짝 일하고, 일 없을 때 푹 쉴 수 있다는 것이다.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현행 '1주'가 아닌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6일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이번 입법안은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의 ‘시간주권’을 돌려주는 역사적인 진일보”라며 “선택권과 건강권·휴식권의 조화를 통해 실근로 시간을 단축하고 주52시간제의 현실 적합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근로시간이 줄어들려면 휴가를 많이 써야 하는데 근로시간을 잘 관리하고 장기휴가를 활성화하면 과로가 없어지고 생산성도 올라갈 것이라는 설명했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아침 9시에 출근해 밤 12시에 퇴근하는 노동을 5일 연속으로 시켜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노사 당사자의 선택권이라지만 실제 현장에서 일방적인 결정권을 가진 사용자의 이익과 노동자 통제를 강화해 주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7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노동시간 유연화라는 얘기는 좋은 말로 쓰는 것 같지만 사실은 직장인들의 삶을 유연화시켜서 ‘워라밸’의 예측 가능성을 무력화시킨 것”이라며 “그동안 노력해온 ‘저녁 있는 삶’을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우 의원은 “주 69시간은 6일로 나누면 하루에 11시간30분인데 11시간 휴식과 4시간 마다 30분씩 쉬는 것을 빼면 딱 11시간30분”이라며 “6일 동안 잠자는 시간 빼고 일만 하라는 얘기가 된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발표한 개편안은 다음달 17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친다. 이후 법 개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서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