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사태의 후폭풍이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될 우려가 제기되자 영국 등 각국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12일 아침 성명에서 “영국의 유망한 기업들에 미칠 피해를 피하거나 최소화하겠다”며 “SVB 고객들의 단기 운영자금이나 유동성 수요가 충족되도록 바로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도 “정보기술(IT)·생명과학 분야 영국 기업들이 상당한 위기에 직면했다. 지원을 위해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이르면 13일 SVB와 거래한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헌트 장관은 앤드루 베일리 영국중앙은행(BOE) 총재, 리시 수낵 총리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영국 IT 기업 대표 250여명은 전날 헌트 장관에게 “기업 생태계를 20년 전으로 후퇴시킬 수 있다”며 개입을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은행이 문을 여는) 13일부터 위기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국이 당장 막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교육용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링구미’ 관계자는 “예치한 금액 일부를 인출하려고 했지만 가능한지 확신할 수 없었다”며 “우리는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고 토로했다. BOE 측은 SVB 영국지점도 파산 상태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에서도 SVB와 거래한 스타트업들의 줄도산 우려가 번지고 있다. SVB 캐나다 지점의 경우 현지 산업계에 돈줄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대출 규모를 두 배나 늘렸다. 중국 내 SVB 합작법인도 “독립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현지 고객들 달래기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SVB가 중국·덴마크·독일·인도·이스라엘·스웨덴 등지에도 진출해 이번 사태는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