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3일 즉위 10주년을 맞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러시아 동시 방문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에 방문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초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부터 평화를 촉구하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일(현지 시간) 아르헨티나 ‘라 나시온’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방문하고 싶지만 모스크바를 함께 간다는 조건이 있다”면서 “두 곳을 함께 가거나 아예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발발 1년을 넘기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나를 아프게 만든다”며 “구체적인 평화 구상과 대화를 통해서만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전쟁 초기에도 ‘평화의 중재자’로서 모스크바 방문을 타진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감사를 표하면서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방문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교황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계속된 방문 요청에 모스크바 방문이 가능한 때 키이우를 찾겠다며 거절 의사를 밝혀왔다.
교황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잇달아 러시아와의 대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전날 이탈리아 현지 매체를 통해 공개된 인터뷰 발췌문에 따르면 교황은 푸틴 대통령을 “교육받은 사람”이라고 칭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뿐 아니라 여러 제국의 이해관계 때문에 발발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황은 “100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1914∼1918년, 1939∼1945년, 그리고 이번 세계대전까지 세 차례의 세계대전이 있었다”며 “이제는 누구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적인 전쟁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모두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쟁의 원인을 제국주의적 이해관계에서 찾은 그는 “국가를 후순위에 두는 것은 제국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2013년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13일 즉위 10주년을 맞는다. 가톨릭 전문 매체 알레테이아에 따르면 교황은 10년의 재위 기간 중 40차례 해외 사도 방문에 나서 60개국을 방문했다. 교황이 해외에서 체류한 기간은 176일에 달한다.
1936년생으로 올해 86세의 고령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인터뷰에서 사임 가능성을 또다시 거론했다. 그는 “피로감으로 사물을 명확히 볼 수 없게 되거나 상황 판단에 필요한 명확성이 부족해질 경우 사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사임할 경우 그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에 이어 생전 자진해 퇴임한 역대 두 번째 교황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