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할 결심…노무현의 꿈은 이뤄질까[정상훈의 지방방송]

<26>경남 김해…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전원위 구성
의원 정수 확대 대한 반대 여론…위성정당 문제는?
다시 찾아온 봄…선거제·개헌 두 마리 토끼 잡을까

국회 본회의장. 연합뉴스

“내년 총선부터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독차지할 수 없도록 여야가 합의해 선거법을 개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저의 제안이 총선에서 현실화하면 저는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 또는 정치연합에게 내각의 구성 권한을 이양하겠습니다.” -2003년 4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대연정 하니까 이것만 사람들이 받아들이는데 제가 원하는 것은 대연정보다는 선거제도 개혁입니다. 선거제도 개혁을 아무리 하려고 해도 안 되니까 정권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꼭 이 선거제도는 좀 고치고 싶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고 우리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 이것은 꼭 하고 싶다. 그런 뜻을 말씀 드린 것입니다.” -2005년 7월 노 대통령 청와대 기자간담회


이번에는 다를까…다시 불붙은 선거개혁 논의

선거제도 개편과 야구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번에는 다르겠지’ 기대하지만 결국은 실망하고 포기한다는 점입니다.


공직선거법상 국회는 국회의원지역구를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행 헌법 하에서 국회가 이를 지킨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제21대 총선 당시에는 선거를 한 달여 앞둔 2020년 3월 7일에 겨우 선거구 획정 작업을 완료했습니다.


올해도 내년으로 다가온 제22대 총선을 준비할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국회에선 가동 중입니다. 김진표 국회의장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법정기한 내 선거구 획정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여야 국회의원 140여명이 활동하는 초당적 정치개혁 협의체가 구성되기도 했습니다.


판도 만들어졌습니다. 연 초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며 정치권 최대 화두가 됐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원 개개인을 만나보면 이번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이들은 드뭅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듯 국회의원들도 자신들의 ‘4년 재계약’ 문제를 다룰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 주최로 열린 '시민단체 초청, 정치개혁 국민과 함께' 토론회에서 여야 의원, 시민단체 대표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대선거구제? 연동형 비례대표제?…전원위원회?

지금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선거는 ‘소선거구제+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지역구 의원은 소선거구제 방식으로, 그리고 비례대표는 준연동형으로 선출한다는 의미입니다. 47명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중 30명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지역구 의석수와 정당 득표비율과 연동하는 준연동형 제도로, 17석은 기존 병립형으로 뽑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연동률, 캡(상한선) 등 복잡한 셈법도 동원됩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중대선거구제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두 명 이상의 당선자를 배출하는 방식입니다. 세부적으로 2~4명의 당선자를 뽑는 것을 중선거구제, 5명 이상의 당선자를 뽑는 방식을 대선거구제라고 합니다.


앞서 정개특위는 지난달 워크숍을 열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논의할 선거제도를 △소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 △전면적 비례대표제 선거제도 등 네 가지로 압축했습니다.


김진표 의장은 정개특위가 여기서 2개 남짓의 복수안으로 압축하면 3월 말부터 국회의원 300명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위원회’를 열어 선거제도 개편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부담…위성정당 문제만이라도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국회의원 정수 확대 문제입니다. 지금의 300명에서 의원 수를 더 늘려 국민의 민의가 더욱 다양하고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입니다.


김 의장도 최근 국회 내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를 통해 세 가지 안(△소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 비례대표제)을 제시하면서 비례대표 의석을 늘릴 것을 권유했습니다. 1안과 2안은 의원 정수를 50명 확대한 만큼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리는 것이고, 3안은 의원 정수는 그대로 두되 지역구 의석을 줄여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는 안입니다.


문제는 국민적 반감입니다. 국회는 여느 국가기관보다 국민들의 신뢰도가 낮습니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도 ‘밥그릇 챙기기’의 시선으로 보는 것이죠. 정개특위가 1월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57.7%가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과거보다 늘어난 국가 예산의 규모, 확대된 발의 건수 등을 종합해보면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이 국민의 민의를 더욱 정확하게 반영하고 국회의원의 권한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당장의 과제인 위성정당 문제라도 해결한다면 성공적인 선거제도 개편이란 목소리도 있습니다. 지난 총선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거대 양당은 연동률 상한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위성정당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야당이던 미래통합당이 먼저 ‘미래한국당’을 만들었고, 이에 더불어민주당도 ‘더불어시민당’으로 응수했습니다. 이들 정당은 총선이 끝난 뒤 곧바로 ‘어미 정당’에 흡수됐습니다. 이러한 기형적인 선거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위성정당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의견입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5년 7월 청와대 춘추관에서 연정관련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고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제도의 개혁을 피력하는 모습. 연합뉴스

노무현이 바라던 선거제도 개혁…그리고 개헌은?

노무현 대통령이 꿈꾸던 선거제도 개혁안은 중대선거구제라고 합니다. 노 대통령의 숙원이던 지역주의를 해소하기 위해선 영남에서도 진보정당이 당선되고, 호남에서도 보수정당이 당선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처럼 정치권이 극단적인 대립 구도를 보일 때는 중대선거구제가 이를 더 고착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방 기초의회 선거에서 중선거구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주로 거대 정당의 가·나번 후보들이 당선되는 실정이기도 합니다.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노무현재단에서는 ‘이루지 못한 꿈’이라는 이름의 정치개혁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토론자로는 민주당의 윤건영·이탄희 의원, 서복경 더가능연구소장, 이관후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이 참석했습니다. 사회자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습니다.


참석자들은 선거제도를 바르게 바꾸는 것이 표를 얻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그리고 이를 위한 시민사회의 강한 압력이 있다면 선거제도 개편이 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탄희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위성정당 탄생에는 민주당의 업보도 있다고 반성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선거제도뿐만 아니라 대통령제 개선에 대한 얘기도 나왔습니다. 늘 선거제도 개편과 함께 거론되는 개헌 얘깁니다. 윤건영 의원은 “선거구조만 바꾼다면 지역주의 정당이 생길 수 있다”며 “본질적으로는 대통령제 국가인 만큼 대통령제를 손보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탄희 의원은 “결선투표제가 돈이 많이 든다고 하는데 한 사람당 5000원만 더 내면 된다”며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갔습니다. 정개특위는 이르면 이주 중으로 복수의 선거제도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개헌에 대한 김 의장의 의지도 강합니다. 봄은 야구 시즌이 시작됐음을 알리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기대가 실망으로 마무리되지 않길 바라봅니다.



학창시절에 ‘지방방송 꺼라’는 말 좀 들은 편입니다. 수업시간에 많이 떠들었단 뜻이겠죠. 그때 다 하지 못한 지방방송을 다시 켜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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