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SVB 파산前 주식 대거 매각…벤처·IT펀드는 악영향 우려

KIC, 작년 4분기 400억 지분 매도
국민연금은 2만주 매입 손실 키워
기관·개인 투자액 적어 피해 미미

한국투자공사(KIC)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직전에 보유하고 있던 SVB의 모회사 주식을 상당 부분 매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주식을 추가 매입해 손실 규모를 키운 국민연금과는 희비가 엇갈렸다. SVB 사태로 인한 국내 투자자의 피해는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성장주를 담은 벤처·정보기술(IT) 펀드 등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3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자료에 따르면 KIC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SVB 모회사인 SVB파이낸셜의 주식 2만 87주(약 462만 3000달러·약 60억 2000만 원)를 보유했다고 신고했다. 이는 지난해 9월 30일 보고한 11만 3561주(약 3813만 2000달러·약 496억5000만 원)보다 9만 3474주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4분기 중 400억 원 넘는 지분을 KIC가 타이밍을 잡아 매도한 셈이다.


이는 같은 회사의 주식 보유량을 지난해 9월 말 8만 911주에서 연말 10만 795주로 늘린 국민연금과 상반된다. 국민연금의 지분 평가액은 같은 기간 주가 하락으로 2734만 2000달러(약 356억 2000만 원)에서 2319만 7000달러(302억 2000만 원)로 감소했다. 여기에는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위탁 운용분은 빠져 있다.




금융 당국은 국내 기관이나 개인투자자의 투자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금융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내 은행 중 SVB에 직접 투자한 곳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보험사나 증권사·자산운용사 등이 보유한 직간접 투자가 있는지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SVB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국내 운용사는 삼성자산운용이 있다. 삼성운용은 SVB에 투자하는 펀드 7종이 있지만 펀드 내 투자 비중이 0.01~0.02%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SVB를 비롯해 미국 은행주 비중이 큰 펀드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국내 투자자의 직접 피해는 크지 않지만 벤처·코스닥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돼 이들 기업에 투자한 펀드는 수익률 하락을 우려했다. 벤처·스타트업에 특화된 은행이 파산하면서 국내 성장주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일 기준 코스닥 벤처 펀드의 한 달 수익률은 0.66%, IT 펀드의 수익률은 -2.07%를 기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VB 파산으로 벤처캐피털이나 스타트업에 자금이 막히면 분명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자금 조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시장이 흔들리면 코스닥지수 변동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SVB파이낸셜 주가는 은행 파산의 여파로 9일 106.04달러로 급락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반 토막이 난 상태에서 거래가 정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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