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도서 年100만대 생산…아세안까지 공략 강화

■인도 GM공장 인수 시동
기존 첸나이 공장 수요 넘쳐 포화
현지 경쟁자 추격 거세 증산 시급
GM공장 인수땐 年 16만대 확충
세계 3위 印시장 주도권 확보 탄력
잠재력 큰 아세안 공략 기반도 다져



현대자동차가 제너럴모터스(GM) 탈레가온 공장 인수에 나선 건 인도의 현지 생산량을 시급히 끌어올리기 위한 선택이다. 생산 능력을 연간 100만 대 수준으로 확충해 수요가 급증하는 인도 내수 시장에 대응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시장 공략의 기반까지 다지려는 전략이다.


1998년 가동을 시작한 현대차(005380) 인도 첸나이 공장은 현지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생산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2002년 11만 대 수준에 머물던 생산량은 2012년 64만 대로 10년 만에 6배 가까이 늘었고 지난해에는 70만 대까지 높아졌다. 그럼에도 현대차 인도 공장은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포화 상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에는 가동률이 110%에 육박하기도 했다.


현대차가 인도에서 판매하는 차량이 높은 상품성을 바탕으로 호평받으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현대차가 현지에서만 판매하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는 2015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70만 대가 넘게 판매될 정도로 인도 소형 SUV 시장에서 독주를 펼치고 있다.


문제는 경쟁자의 거센 추격이다. 현대차는 올해 1월 인도에서 지난해 대비 13.8% 증가한 5만 106대를 판매하며 시장점유율 2위를 유지했지만 타타모터스·M&M 등 현지 업체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현대차의 자리를 위협했다. 타타모터스는 1월에 현대차보다 적은 4만 7990대를 판매했지만 전년 대비 17.7% 상승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M&M은 무려 65.7% 늘어난 3만 2915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로서는 생산 능력을 끌어올려 수요에 신속히 대응해야 시장점유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현대차는 공장 신설 대신 GM 탈레가온 공장 인수를 택했다. 신규 설립보다 시간과 자금이 적게 들고 GM이 관리하던 설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효율성도 높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탈레가온 공장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인도의 생산 능력을 현재 대비 38%나 끌어올릴 수 있다. 현대차는 현재 연산 72만 대 규모인 첸나이 공장에 147억 루피(약 2340억 원)를 투자해 생산 능력을 85만 대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연산 16만 대 수준인 탈레가온 공장이 더해지면 연간 100만 대 생산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생산 능력 확충으로 현대차는 인도 시장 주도권 확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규모다. 14억 명에 달하는 인구와 중산층의 성장, 통신망 확대 등에 힘입어 신차 판매량도 매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인도 시장은 현대차그룹의 해외 시장 확대에 키를 쥐고 있는 핵심 권역이다. 올해 권역별 판매 계획에서도 인도는 중국·한국·미국에 이어 네 번째로 성장세(7.2%)가 높은 지역으로 꼽혔다. 판매량은 59만 5000대가 예상된다.


탈레가온 공장 인수로 현대차는 아세안 시장으로의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인도와 아세안 간에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있어 자동차 수출 시 무관세 혜택이 주어진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탈레가온 공장에서 수출용 소형 SUV를 생산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아세안 지역 자동차 시장은 지금까지 일본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데 현대차가 무관세 혜택에 따른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을 앞세우면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도 크다. 아세안은 자동차 보급률이 낮지만 소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분류된다.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보급률은 한국이 411대 수준인 반면 인도네시아는 102대에 불과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