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의 감소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올해 무역수지 적자가 벌써 200억 달러를 넘었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무역 적자 규모는 3월 1~10일 49억 9500만 달러로 불어났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무역 적자는 총 227억 7500만 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478억 달러)의 약 48%에 이른다. 무역수지를 적자의 늪에 빠뜨린 주요 요인은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시장 불황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 위축이다. 이달 1~10일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41.2% 급감하고 대중 수출도 35.3% 쪼그라들면서 수출액은 16.2%나 줄었다.
기획재정부는 10일 사상 최악의 1월 경상수지 적자를 공개하면서 2월 무역 적자 폭이 줄었다는 점을 내세워 올해 연간 200억 달러대의 경상수지 흑자를 예상했다. 그것이 얼마나 안이한 낙관론이었는지 사흘 만에 드러난 셈이다. 한국은행도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경기 회복, 정보기술(IT) 경기 반등, 에너지 수요 둔화 등을 이유로 무역수지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의 경기 부진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우리의 대중 수출은 중국의 리오프닝과 무관하게 악화일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한층 고조시키면서 실물경제까지 위협하고 있다. 정부의 낙관론과 달리 글로벌 경제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정부는 이날 올해 무역금융 공급을 2조 원 늘리고 미래차 기술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의 수출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의 ‘상저하고(上低下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깔린 대책으로는 증폭되는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글로벌 패권 전쟁과 경기 불확실성의 이중 파고를 넘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살아날 수 없다. 무역수지 적자가 고착되면 대외 신인도 악화와 외국 자본 유출로 이어져 우리 경제는 위기를 맞게 된다. 정부는 무역 적자 급증의 심각성을 깨닫고 수출 진흥을 위한 비상 대책을 다시 짜야 한다. 초격차 기술 확보와 신성장 동력 발굴, 규제 혁파 등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범부처가 참여해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고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