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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민의힘 신임지도부와 첫 만찬에서 “당이 앞장서서 국민들에게 정부 정책을 알리고 국회에서 야당도 잘 설득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이 국가 핵심 산업인 반도체기업에 세액공제 혜택을 늘리는 법안을 반대하다가 최근 국민들이 싸늘한 반응을 보이자 찬성으로 돌아선 점을 언급하며 “국민들이 지지하는 법안은 민주당도 반대하기 힘들다”며 적극적인 대야 협상도 당부했다.
"文정부 비전문가 기용, 우리는 전문가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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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복수의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이 같이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김기현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게 정책 홍보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전임 정부는 중요한 자리에 비전문가를 많이 임명해서 전문성이 없는 정책이 추진되며 부작용이 컸다”라며 “그에 반해 우리 정부는 전문가를 중심으로 진용을 짠 ‘전문가 정부’”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꼭 필요한 정책이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측면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윤 대통령은 “전문가들이 옳은 이야기를 해도 국민들에게 설득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라며 “정책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정무적인 역량을 가진 당이 국민들에게 정책이 잘 전달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K 칩스법’을 예로 들었다고 한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민주당이 K칩스법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국익을 위한 일이고 국민들이 지지하면 민주당도 반대만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국회에 제출된 K칩스법 정부안은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기업·중견기업은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현행 16%에서 25%로 각각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민주당은 K칩스법 처리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대기업 특혜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고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안건(대기업 세액공제율 8%·중소기업 16%)을 수정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미국이 반도체 지원법을 추진하며 국내 반도체 산업 투자환경이 더욱 악화되자 민주당도 입장을 바꿨다. 이에 따라 오는 16일 열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심사소위원회에서 대기업 등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해 추가 세제 지원을 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처리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서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점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준석 ‘성상납 의혹' 이후 비대위 체제
3·8 전당대회 통해 ‘김기현 지도부’ 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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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취임 후 여당 지도부와의 공식 식사 행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6월 10일 이준석 전 대표 등을 용산 청사로 초대해 오찬을 함께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표 등에게 “앞으로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당과 정부가 한 몸처럼 움직이자”며 당정 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보수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30대 당 대표에 오른 이 전 대표는 주요 현안을 놓고 대통령실 및 당내 친윤계와 잦은 마찰을 빚던 상태였다. 더구나 이 전 대표는 성접대 의혹에 휘말렸고 그해 7월 당 윤리위원회에서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 전 대표는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는 ‘윤핵관’과 각을 세우며 한층 거세게 충돌했다. 특히 자신에 대한 징계로 당이 내린 직무 정지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하면서 당을 분열의 늪으로 빠뜨렸다.
결국 법원이 지난해 10월 이 전 대표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면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국민의힘 새 지도부로 들어섰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5일 한남동 관저로 비대위 당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윤 대통령과 당시 당 지도부의 만찬은 3시간 넘게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현재 나라가 어려우니까 여기 계시는 비대위원과 의원님들이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12월 국민의힘이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올해 3월에 열기로 하면서 정 위원장은 사실상 3개월짜리 지도부가 됐다. 그런 만큼 대통령실과의 긴밀한 정책 공조로 국정과제를 뒷받침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글로벌 경제·안보 현안 직접 설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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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만찬에서 윤 대통령과 김기현 신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는 이날 당정 간의 원활한 협의를 위해 월 2회 가량 정기 회동을 갖기로 했다. 윤 대통령 취임 10개월 만에 당정 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되는 것이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만찬 이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오늘 만찬은 저녁 6시30분에 회동해 단체 및 개별사진을 촬영한 뒤 시작됐다"며 "한식 위주로 식사는 준비됐고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지도부에 대한 축하, 새 지도부의 출발에 대한 덕담이 주를 이뤘다. 당정이 하나가 돼 국민을 위해 힘껏 일해 나아가자는 뜻을 함께 나눴다"고 전했다.
이날 만찬에는 김 대표와 김재원·김병민·조수진·태영호 최고위원,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등 3월 8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신임 지도부가 모두 참석했다. 대통령실 참모 중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이진복 정무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등이 참석했다.
이날 만찬은 윤 대통령이 김 대표와 최고위원들에게 “당선을 축하한다”는 덕담을 건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신임 지도부에 엄중한 경제 현실과 민생, 격변하는 안보 정세 등을 설명하고 당의 역할을 주문했다. 이번 만찬은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종료됐다. 메뉴는 소고기, 꼼장어, 회, 콩나물 김칫국 등 정갈한 한식이었고 각자 맥주를 한 잔 정도씩 곁들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