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강철 만리장성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2021년 7월 1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회색 인민복 차림으로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 올랐다. 시 주석은 그 자리에서 “어떠한 외국 세력이 우리를 괴롭히거나 압박하며 노예화하는 것을 중국 인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미국을 강하게 성토했다. 이어 “누가 이런 망상을 하면 14억 중국 인민들의 피와 살로 만든 강철 만리장성 앞에서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를 것”이라고 외쳤다. 광장을 가득 메운 7만여 명의 군중은 커다란 함성과 박수로 환호했다.


만리장성은 중국 최초의 통일 제국을 세운 진나라 시황제(始皇帝)가 몽염 장군에게 지시해 전국 시대에 쌓은 장성(長城)을 연결해 완성시킨 성벽이다. 당시 장성을 세운 목적은 흉노족 등 유목 민족의 침범으로부터 영토와 인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거대한 장성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흉노·선비·거란·몽골·여진 등 숱한 북방 유목 민족에게 나라를 뺏기고 지배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사실상 ‘시황제(習皇帝)’에 오른 시 주석이 1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 연설에서 “인민군대를 국가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효과적으로 수호하는 강철 만리장성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간 가장 뜨거운 이슈인 대만 문제에 대해 “조국의 완전한 통일 실현은 중화 자녀들의 공통된 소원이자 민족 부흥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다시금 강철 만리장성을 거론한 것이다. 시 주석은 이날 ‘강국’과 ‘부흥’을 집중 언급하면서 당과 군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번 전인대에서 국가주석 3연임을 확정하면서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의 ‘10년 집권 룰’을 깨뜨리고 장기 집권을 하게 됐다. 그러나 진나라 시황제도 폭정을 일삼다 재위 11년 끝에 죽고 3년 후에는 제국도 멸망했다. 미중 패권 전쟁의 격화가 불 보듯 뻔해진 상황에서 공급망 재편과 대만 문제 등 당면 현안을 두고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입각한 선택을 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