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처음으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쏜 지 이틀 만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14일 “오전 7시 41분께부터 7시 51분께까지 황해남도 장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SRBM 2발을 포착했다”며 “이번 미사일이 620㎞를 비행해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밝혔다. 이 정도의 사거리라면 제주도를 포함한 남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었다는 의미다.
이번에 주목되는 것은 북한의 발사 원점이다. 합참이 지목한 황해남도 장연 일대는 북한이 그동안 미사일을 쏜 적이 없는 지역으로 서부지구 적대행위금지구역과 가깝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접경 지역 인근을 선택한 것은 13일부터 돌입한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인 ‘자유의방패(FS)’ 기간 중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북한의 도발 수위가 점점 다양화·고도화할 것으로 예상돼 우리 군의 대비 태세와 대국민 경보 체계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의 위력 속도가 워낙 빨라 우리 대응 능력이 과거 기준에서 보면 적합하지만 지금은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방어 체계를 좀 더 검토하고 미래에 어떻게 갈 것인지에 대한 시나리오를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올 들어 7차례 미사일을 발사하는 과정에서 도발 장소와 발사 플랫폼을 다양화하면서 우리 군의 정보 탐지력을 테스트하고 유사시에 대비한 기습공격 역량을 기르고 있다. 북한이 9일 평안남도 남포 저수지에서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6발을 한꺼번에 발사한 것과 12일 처음으로 잠수함에서 SLCM을 발사한 것은 과거와 다른 형태의 도발로 사뭇 위협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탐지 실패 논란은 물론 대국민 공지 지연을 초래하기도 했다. 2월 23일 ‘전략순항미사일’ 발사는 군이 ‘기만 전술’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지만 9일 CRBM 6발을 ‘낮고 짧게’ 발사했을 때와 12일의 SLCM 발사 때는 실시간 탐지를 놓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낳기도 했다. 올 들어 7차례 도발 가운데 최소 2차례는 뒷북 경보령을 냈다는 의미다.
군은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는 실시간으로 대국민 공지를 하지만 순항미사일의 경우 유엔 결의안 위반이 아니라는 점과 파괴력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등을 이유로 실시간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군은 “정확한 정보 분석이 어렵고 정보 자산의 노출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들쭉날쭉한 도발 공개 시점이 되레 국민 불안감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순항미사일이 탐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모든 미사일은 발사 때마다 일관성 있게 실시간으로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며 군의 경보 체계 개선을 촉구했다. 권구찬 선임기자 박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