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CPI 후 0.25%p 무게”…“퍼스트 은행 +26.9% 첫 안정조짐”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미국의 2월 CPI가 대체로 예상과 부합했으나 근원 CPI가 예상을 웃돌았다. 미국의 인플레가 여전히 강하다. AFP연합뉴스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대체로 예상에 부합하고 지역은행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상승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2.14%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68%, 1.06% 뛰었는데요.


한동안 급락했던 국채금리도 상승했습니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한때 연 3.688%까지 올랐고, 정책금리에 민감한 2년 물은 4.40%까지 치솟았는데요.


시장의 관심이었던 2월 CPI의 경우 전망과 대체로 비슷했지만 기저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하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26.98%)와 팩 웨스트 뱅크(33.85%) 등이 크게 오르면서 지역은행은 일부 안정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앞으로 며칠이 중요하겠죠. 흑해 상공에서는 러시아 SU-27 전투기와 미국 무인기 리퍼가 충돌해 무인기가 추락하는 일이 있었는데요. 오늘은 2월 CPI와 기준금리 및 증시 전망, 지역은행 상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2월 초근원 서비스 0.5% 증가 인플레 여전히 뜨거워”…“은행 혼란 확산 없었으면 0.5%p 지역은행 안정지속 땐 0.25%p 가능”

우선 2월 CPI부터 보죠. 이날 나온 2월 CPI가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6.0%로 나왔는데요. 블룸버그통신 및 다우존스 전망치와 같았습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CPI는 1달 전보다 0.5%, 작년 대비 5.5% 올랐는데요. 지난해 비교 수치는 월가 예상과 동일한데 전월 수치는 생각보다 0.1%포인트(p) 더 나왔습니다. 이것이 적지 않은 게 2월 근원 CPI를 연율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5.6% 정도, 6%에 가깝습니다. 인플레이션 타깃(2%)과 비교하면 한참 높죠.


부문별로는 에너지 서비스를 뺀 서비스가 전월 대비 0.6%, 전년 대비 7.3%나 뛰었는데요. 항목별로 보면 에너지(-0.6%)와 의료서비스(-0.7%), 중고차(-2.8%)가 크게 내렸습니다. 중고차 하락은 예상 외긴 한데요. 반면 렌트와 귀속임대료(OER) 같은 거주비가 0.8% 상승해 오름폭이 전달(0.7%)보다 더 커졌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8.1%인데요. 2월 월간 증가분의 70% 이상을 차지합니다. 데이비드 윌콕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디렉터는 “임대료 둔화를 CPI에서 보려면 올해 중반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수 있다고 했는데요.


기대할 부분이긴 한데 문제는 초근원 서비스입니다. 블룸버그 계산에 따르면 2월 CPI로 추산한 초근원 서비스(근원서비스-주택)가 전월 대비 0.5% 상승했다고 하는데요. 초근원 서비스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중시하는 항목이죠. 보조지표인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의 중앙값 CPI로 봐도 인플레가 내려가긴 하지만 아직은 높음이 드러납니다. 2월 중앙값 CPI는 전월 대비 0.6%, 전년 대비 7.2%로 나오는데요. 변동성이 가장 큰 항목 위아래 총 16%를 덜어내고 본 중앙값 CPI도 각각 0.5%, 6.5%로 나옵니다.



2월 부문별 인플레이션 현황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근원 CPI가 2월에 0.5%로 아직 뜨겁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고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은행 혼란이 커지지 않았다면 2월 CPI는 3월 0.5%p 금리인상에 못을 박았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으므로 0.25%p를 인상해야 한다) 연준이 두 번의 뜨거운 CPI에도 금리인상을 중단한다면 나는 놀랄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실제 2월 CPI 이후 0.25%p 인상 전망이 늘고 있습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3시55분 현재 3월 0.25%p 금리인상 확률이 74.5%로 어제보다 9.5%p 뛰었습니다. 제프리 로치 LPL 파이낸셜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은행에 두려움이 있지만 연준이 가격안정을 우선 시 하고 이번 회의에서 0.25%p를 인상할 것 같다”고 내다봤는데요.


막판 변수는 21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까지 은행들이 충분히 안정되느냐죠. 이안 린겐 BMO 캐피털 마켓의 금리 전략가는 “CPI는 전반적으로 0.25%p 금리인상을 가져올 것”이라며 “다만, FOMC 전까지 은행 전염이 추가로 확산하지 않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습니다.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린 내용과 같은데요.


이날만 보면 상황이 개선됐습니다. 영업정지 은행이 더 나오지 않는다면 서서히 더 좋아질 수 있을 텐데요.


퍼스트 리버플릭 뱅크와 팩 웨스트 뱅크 외에도 어제 11% 넘게 빠졌던 찰스 슈왑이 이날 9.19% 폭등했습니다. 찰스 슈왑의 최고경영자(CEO)인 월트 베팅거는 “상당한 규모의 자산이 회사로 유입되고 있다”며 “회사 주식 5만 주를 샀다”고 공개했습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일텐데요.


월가의 이름난 투자자 론 바론도 찰스 슈왑을 “싼값에 샀다”고 했죠. 억만장자 투자자 켄 그리핀이 운영하는 헤지펀드 씨타델은 지역은행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크의 주식 5%를 사들였습니다. 어제 47% 폭락했던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크는 이날 14.36% 상승했는데요. 공매도의 전설로 불리는 마이클 버리는 “이번 은행 위기가 빨리 해결될 것”이라며 “나는 여기에서 진정한 위험(true danger)을 보고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메타 1만 명 추가 해고·2월 소매판매 -0.3% 전망”…“월가, 6월 금리인하? 트릴레마 빠진 연준 인플레에 주력해야”

물론 상황이 쉽다는 건 아닙니다. 추가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을 포함해 아직 더 지켜볼 부분이 있죠. 최소 2~3일 정도, 1주일가량은 지켜봐야 하는데요.


미 경제방송 CNBC는 지역은행들의 주가가 회복하고 있지만 얼마나 지속성이 있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짚었죠. 수잔나 스트리터 하그리브스 랜즈다운의 머니마켓 헤드는 “소규모 은행이 여전히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연준은 금리인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계속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급격한 영업환경 악화”를 이유로 미국 은행산업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영업정지된 시그니처 뱅크의 등급을 박탈하고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와 인트러스트 파이낸셜, UMB, 지온스 뱅크코퍼레이션, 웨스턴 얼라이언스, 코메리카 등의 등급 조정을 위한 내부 검토작업에 들어갔죠. 다만, 등급이 내려간다고 해서 문을 닫는 것은 아니며 조달금리가 높아져 수익성이 나빠집니다.


경기와 노동시장 둔화를 예상할 수 있는 소식도 나오는데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경제불안이 수년 간 지속할 수 있다”며 “1만 명의 노동자를 해고하고 구조조정 비용으로 30~50억 달러를 지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메타는 지난해 11월에도 1만1000명의 해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는데요. 이번에 추가로 직원들을 내보내는 겁니다.


애플은 일부 사업부문의 보너스 지급시기를 뒤로 미루고 비용절감 노력을 더 확대하기로 했다는데요. 지금까지 애플은 사업부에 따라 1년에 한두 번 보너스와 승진이 있었습니다. 두 번 기준으로 보면 4월과 10월에 시행됐는데요. 앞으로 4월은 없애고 10월에만 한다는 겁니다. 지급 시기를 연기해도 보너스 총액은 같다지만 애플 경영진이 상황을 어렵게 보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이죠.



2월 CPI 이후 3월 FOMC 금리인상 전망. 0.25%p 전망이 70%대다. CME페드워치

소비도 그렇습니다. 15일 나올 2월 소매판매의 경우 블룸버그 기준 전월 대비 -0.4%가 예상됩니다. 1월(3.0%)과 비교하면 급격한 하락세인데요. 자동차를 제외한 수치도 0.0%로 전월(2.3%)보다 크게 낮습니다. 같은 날 나오는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3%로 1월(0.7%)보다는 하락하고 전년 대비로는 5.4%(1월 6.0%)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앞서 2월 고용보고서에서 시간당 임금상승률이 기대치보다 낮은 0.2%를 기록하기도 했죠.


연준도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은행 부문의 스트레스가 잦아든다면 인플레이션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얘기들이 많은데요.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성장에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며 금융시장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트릴레마에 빠졌다. 연준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의 지원을 뜻하는 ‘페드 풋(Fed Put)’이 돌아왔다고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며 끈적끈적한 인플레이션은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계속해서 물가 잡기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죠.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3월 금리인상 동결의 이유로 금융안정을 드는 이들이 있는데, 이번에 올리지 않으면 △향후 더 많은·더 빠른 금리인상을 불러올 수 있으며 △시장기대와 실제 연준의 행동 사이에 전망 차이가 위험할 정도로 커지며 △실질·기대인플레이션을 더 키워 채권가격을 더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 ISI 부회장은 “지난 3개월 인플레이션이 연율 기준으로 5.2%로 전망치를 뛰어넘는다"며 “이는 SVB 사태로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시장의 잘못된 생각을 연준이 바꾸게 만들 수 있다”고 봤습니다. 칼 아이칸 역시 “파월 의장이 빠른 시일 내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리인상을 하지 않으면 인플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죠.


“당분간 별 일 없으면 증시 단기 상승 가능” vs “시장 리스크 완전히 파악하려면 시간 좀 더 필요”

추가로 볼 건 퍼먼의 말대로 CPI 이후에도 최종금리(terminal rate·터미널 레이트)를 둘러싼 견해 차이가 꽤 있다는 점입니다. 금리선물시장을 보면 이날 오후3시55분 기준 투자자들은 3월 0.25%p 인상 뒤에 5월에도 0.25%p를 높여 5.00~5.25%로 갈 가능성(53.2%)을 가장 높게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5월 인상중단 확률(39.2%)도 만만치 않고 0.25%p 인하를 생각하는 이들도 7.0%나 됩니다. 6월 기준금리 전망치는 4.75~5.00%(43.4%), 7월 4.50~4.75%(40.7%) 등으로 낮아지는데요. 최소 6월부터는 금리인하가 있다는 얘기죠.


중요한 건 모두가 이렇게 보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애나 웡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월 CPI는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며 연준이 금리를 계속 인상해야 할 필요성이 남아있다”며 “3월 0.25%p가 적절할 것이고 그 이후에도 연준은 최종금리인 5.25%에 도달할 때까지 몇 차례 더 올릴 수 있다”고 점쳤는데요.


최종금리에 대한 차이는 3월 FOMC에서 점도표가 나오면 해결될 수 있겠죠. 경기둔화 움직임과 지역은행 불안 사태에 최종금리가 기존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르면 5월 동결, 6~7월께 금리인하를 전망하는 시장과 연준의 점도표가 얼마나 차이가 날지가 중요하겠습니다. 그 정도에 따라 증시가 또 한번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인데요.


동결 후 현수준 유지와 곧이은 인하는 다른 얘기입니다. 마이클 가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연준이 은행에 보호막을 설치하는 데 성공한다면 통화정책이 충분히 제한적인 수준으로 갈 수 있을 때까지 금리인상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며 “연준이 해야 할 일이 아직 더 많다”고 했는데요.



앞으로 최소 며칠 대규모 뱅크런 없이 지역은행 주가가 안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합뉴스

증시 상황 더 보죠. 브라이언 닉 누빈의 수석 투자전략가는 “당분간, 예를 들어 다음 주 정도까지 매일 별다른 일이 없다면 증시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위기를 다 극복했다는 말은 아니”라고 했는데요. 사프라 사라신의 울프 폰 로트버그 주식 전략가도 “연준이 0.25%p의 궤도로 들어서는 과정에 있으며 이는 예측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증시가 반등할 것”이라면서도“하지만 고금리의 영향이 이제 느껴지기 시작했고 갈수록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요.


시장이 방향성을 잡는 데 시간이 좀 필요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알리안츠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찰리 리플리 부사장은 “디테일한 내용을 파악해 시장의 위험이 무엇이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봤는데요.


3월 FOMC 이후에는 방향성이 더 잡히겠죠. 경기침체 우려도 지속하고 있는데요. 월가에서는 국채금리가 낮아지면서 기술주에 일부 자금이 몰린다는 얘기도 나오긴 합니다. 지난 주 목요일(9일)과 금요일(10일), 월요일(13일) 풋옵션(Put Option) 거래가 활발했고 지역은행에 대한 공매도도 많았다고 하는데요. 그에 비례해 변동성은 더 커졌을 겁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SVB는 단기로 돈을 빌려 장기로 굴리는 가장 기초적인 실수를 범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자산가치가 떨어져 문제에 빠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SVB 문제가 오롯이 파월의 금리인상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왜 다른 은행들은 잘 있는지 설명이 안 됩니다. 지역은행 중에서도 견실한 곳들이 꽤 있죠.


사건의 기본성격과 본질을 파악해야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적절한 판단과 예측이 가능한데요. 미국 은행의 불안 전이 현상이 잠잠해지도록 바라봅니다. 내일 나올 2월 소매판매와 PPI에 관한 깊이 있는 분석과 해설은 ‘3분 월스트리트’ 온라인 기사와 유튜브 방송에서 찾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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