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비교하지마, 나는 나야”

■<할머니체조대회> 이제경 작가의 ‘아무렴 어때’ 고민상담소_5편
살면서 남과 비교하게 되는 순간 있어
‘내’가 잘하는 것을 찾는 게 더 중요해
샬로트 졸로토가 쓴 그림책 <우리 언니> 추천

2023년 계묘년을 맞아 라이프점프와 <할머니체조대회>의 이제경 작가이자 문화온도씨도씨의 대표가 ‘아무렴 어때’ 고민 상담소를 운영합니다. 고민에는 나이가 없습니다. 누구나 살면서 할 수 있는 생활 속 소소한 고민에 대해 <할머니체조대회> 속 할머니들의 지혜로 정성껏 답해드립니다.



이미지=최정문

Q “언니가 공부를 잘해서 고민이에요. 언니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더 심해진 것 같아요.”



A 안녕~ 나는 한영 할머니야.



언니가 공부를 엄청 잘하나 보구나.


언니보다 공부를 더 잘하고 싶어?



너의 고민을 만나니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단다.



경북 안동의 작은 동네


우리 집은 딸 부잣집이었어


나는 다섯 딸 중에 막내딸.



제일 맏언니는 얼굴이 달덩이처럼 고왔어.


동네방네 소문났었지.


나는 언니처럼 고운 얼굴이 되고 싶어 얼굴에 밀가루를 바르다가 어머니께 혼이 났어.



둘째 언니는 바느질 솜씨가 좋았어.


동네방네 소문났었지


나는 언니처럼 바느질이 잘하고 싶어 멀쩡한 치마저고리를 잘랐다 붙였다


삐뚤빼뚤 넝마를 만들어서 어머니께 혼이 났지.



셋째 언니는 마음이 고왔어.


동네방네 소문났었지.


나는 언니처럼 마음이 고와지려고 곳간의 곶감을 동네 친구들에게 나누어주다가 어머니께 혼이 났어.



넷째 언니는 목소리가 고왔어.


동네방네 소문났었지


나는 언니처럼 목소리가 고와지려고 밤늦게 고래고래 노래 연습하다가 어머니께 혼이 났지.



어머니가 장에 가신 어느 날. 저녁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으셨어.


나는 부엌에 들어가 저녁 준비를 했어.


늦게 돌아오신 어머니께서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상상하며


수제비를 떴어.


호박도 잘라 넣고 감자도 넣고


‘한영표’ 수제비를 만들었지.



그날 저녁 늦게 돌아오신 어머니는 수제비를 한 그릇 뚝딱 맛나게 드시고


내 머리를 얼마나 쓰다듬어 주시던지….


그 손길이 아직도 생각나네



그때부터였을까?


수제비를 만들고 요리를 하는 게 참 즐거웠어.


어머니는 나에게 “손이 참 야무지고 손맛이 있네~ 우리 막내"”하며 칭찬해주셨어.



언니는 언니!


너는 너!



언니보다 공부를 못해도


언니보다 분명 잘하는 게 있을 거야.



추신) 샬로트 졸로토가 쓰고 마사 알렉산더가 그린 그림책 <우리 언니>를 꼭 읽어보길 바래.



2023년 3월 안동에서 한영할머니가~




※ 라이프점프 독자의 고민을 받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해 생활 속 소소한 고민을 적어 보내주면, 할머니들의 지혜로 답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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