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이름과 사진을 내걸고 그를 흉내내는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워 수가 최근 35만5000명을 돌파했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이 운영하는 계정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해당 계정의 파급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을 사칭한 인스타그램 계정은 지난 2020년 8월 개설된 후 현재까지 총 83개 게시물을 올리는 등 활발한 활동 중이다. 이 회장의 사진과 이름이 들어간 프로필에는 “삼성전자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경영원칙은 글로벌 일류기업으로서 삼성전자가 지켜나갈 약속입니다”라는 소개글도 적혀 있다. 소개글 하단에는 ‘삼성 팬 페이지’임을 명시했다.
그러나 ‘더 보기’를 클릭하지 않으면 ‘팬 페이지’임을 확인할 수 없다. 해당 계정의 운영자가 첫 게시물에서 “이 부회장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존재하지 않아 가상의 팬 페이지를 만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지만, 해당 계정을 방문하는 상당수 누리꾼들은 이 회장이 운영하는 계정으로 잘못 알고 댓글을 다는 사례가 빈번하다.
계정 내 대다수 글은 이 회장을 주어로 작성됐다. 일례로 계정 운영자는 지난해 8월 이 회장이 서울 송파구 삼성SDS 잠실캠퍼스 구내식당을 이용한 사진들을 게재하며 “잠실SDS 방문, 황태곰탕 맛있다, 아이폰도 있었다”고 적었다.
지난달 7일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방문한 사진도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직원인 듯한 누리꾼들이 “오늘 아산 사업장에서 정말 운 좋게 회장님과 악수를 했다. 정말 영광이었다.”, “오늘 회장님을 잊을 수 없다. 와이프와 같이 악수해서 영광” 등의 댓글이 달려있다.
그런데 이 사칭 계정의 파급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삼성전자 측은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15일 현재 해당 계정의 팔로워 수는 35만5000명을 돌파했는데, 사칭 계정치고는 팔로워 수가 많은 편이다. 예컨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7만 4000여명이다. 재계 대표 인플루언서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78만9000여명이다.
한편 삼성전자 측은 “이 회장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해당 계정의 존재는 알고 있지만 ‘팬페이지’를 표방하고 있어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해당 계정 운영자가 악의적 활동을 하거나 리스크를 유발하지는 않아 특별히 대응할 계획은 없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