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에 안전자산 선호 ↑…금 ETF, 국고채 일제히 반등

SVB 사태 후 금값 5% 올라
관련 ETF·ETN도 급등 추세
채권 가격도 역사적 폭등
긴축 완화시 추가 상승 여력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채권에 투자하는 금융투자 상품에 자금이 빠르게 몰리고 있다. 증권 업계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사태 수습을 위해 긴축 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지투데이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VB 사태가 국내 증시를 덮친 이달 9~14일 ACE골드선물레버리지(합성H)(5.69%), TIGER 금은선물(H)(3.28%), TIGER골드선물(H)(3.16%), ACEKRX금현물(4.45%) 등 국내 금 ETF의 가격은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KB레버리지금선물(H)(10.76%), QV레버리지은선물(H)(10.54%), TRUE레버리지금선물(9.30%) 등 상장지수증권(ETN)도 두 자릿수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3.41% 하락한 점과는 대조를 이뤘다.


금 관련 ETF·ETN가 급등세를 보인 건 금값 자체가 안전자산 부각으로 최근 들썩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 선물은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온스당 1910.90달러에 거래됐다. SVB가 헐값에 유가증권을 매각했다고 처음으로 발표한 지난 8일(1818.60 달러)보다 5.07%나 높은 가격이었다. 같은 기간 금 현물 가격도 1온스당 1813.70달러에서 1903.92달러로 4.97% 올랐다. 금값은 달러 강세가 고개를 든 지난 2월 초 이후 쭉 하락세였다가 SVB 파산 이후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반등세로 돌아섰다. 연준이 고강도 긴축 기조를 이어가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보탰다.


금과 함께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는 국고채 가격 역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고채 금리는 지난 13~14일 이틀 연속 모든 종류에 걸쳐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3년물 금리는 13일 0.268%포인트 하락해 2008년 10월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채권 금리가 떨어지면 그만큼 채권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한국 채권뿐 아니라 금리변동에 가장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 금리 역시 8~13일 무려 1.06%포인트 내렸다. 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앞으로 긴축이 완화될 경우 금값과 채권값은 더욱 고공행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이 SVB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연준이 다음주 열리는 3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금리 0.5% 인상)을 밟을 확률은 희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3일 보고서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전날 공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2021년 9월 이후 최저치(전월 대비 6% 상승)를 기록해 긴축 완화 기대감을 높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CPI 결과는 연준이 긴축 속도를 적당히 조절할 수 있는 명분을 줬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