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연방법원에서 낙태약(임신중절약) 미페프리스톤 시판 여부를 결정하는 소송의 심리가 시작됐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과 NBC 뉴스 등에 따르면 텍사스주 연방 판사는 낙태 반대 단체 '히포크라테스 의사 연합' 이 미 식품의약국(FDA)의 미페프리스톤 승인을 철회해 달라며 낸 소송의 심리를 15일 시작한다.
지난해 11월 소송을 제기한 이 단체는 본안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전국적으로 이 약품의 시판을 금지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도 낸 상태다.
연방법원의 결정은 전국적으로 효력이 미칠 수 있어 지난해 6월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던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이후 낙태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판결이 될 수 있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미페프리스톤은 미소프로스톨과 함께 임신 첫 10주 동안 낙태를 위해 복용할 수 있는 약이다. FDA가 2000년 승인해 이후 병원과 일부 통신판매 약국 등에서 처방전을 받아 판매할 수 있게 해왔으며, 올해 초에는 동네 약국이나 CVS, 월그린스 등 소매약국 체인에서도 조제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했다.
소송을 제기한 단체는 FDA가 미페프리스톤 사용 승인 과정에서 부적절한 절차를 거쳤으며 미성년자에 대한 안전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언론들은 특히 이 소송이 보수 성향의 연방 판사가 있는 텍사스에서 제기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소송을 심리하는 텍사스주 연방 판사 매슈 캑스머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판사로, 판사가 되기 전에는 보수적인 기독교 법률 단체에서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낙태권 옹호 단체들은 소송을 제기한 단체가 자신들의 대의명분에 동조하는 판사를 골라 "법원 쇼핑"을 했다고 비판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이 판사는 지난 10일 전화로 열린 사건 관계자 회의에서 이 소송이 시위 등을 촉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변호사들에게 "사건 심리에 대해 덜 알리는 것이 좋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여성단체 등 낙태권 옹호 측에서는 미페프리스톤 판매 금지나 FDA 승인 철회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페미니스트 단체인 '여성의 행진'은 "판사가 이 소송을 공공의 시야에서 숨기려 하고 있다"며 15일 법원 앞에서 기습 시위를 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