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發 금융위기, 시작도 안해…발작·폐쇄 잇따를 것"

◆월가 전문가 줄줄이 경고
루비니 "CS위기, 제2 리먼 우려"
래리 핑크 "은행, 대출 철회할것"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 이어 크레디트스위스(CS)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가운데 세계 금융시장 전체로 리스크가 확산할 수 있다는 월가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월가에서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15일(현지 시간) CS 위기가 유럽을 넘어 세계 금융시장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2008년 금융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한 루비니 교수는 “CS가 보유한 증권과 다른 자산의 다양한 미실현 손실이 얼마인지도 명확하지 않다”며 “(CS는) 너무 커서 구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CS 위기에 앞서 이미 트위터에 “(SVB 파산의) 글로벌 전이 위험이 있다. 유럽 은행은 현재 매우 취약하며 재무 상황도 불확실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어 루비니 교수는 CS 사태를 ‘리먼 모먼트’라고 평하며 “CS에 유동성 생명줄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S가 무너질 경우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SVB와는 차원이 다르게 강력해 과거 리먼브러더스 사태에 맞먹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SVB 파산발 금융 리스크가 추가로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SVB 사태가 “우리가 지난 10여 년간 ‘이지 머니(저금리 자금)’를 누리기 위해 지불한 대가”라며 “SVB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 은행발 금융위기는 시작도 안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5%포인트 가까이 대폭 올린 상황을 ‘첫 번째 무너진 도미노’로 꼽은 뒤 SVB 파산 사태가 두 번째 도미노가 될 수 있다며 “더 많은 발작과 폐쇄가 다가올 수 있다. 미 지역은행 전반에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일부 은행들은 대차대조표 강화를 위해 대출을 철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미국 중소 은행들이 유동성 유지를 위해 대출 기준을 강화하며 총수요에 부담을 줄 것으로 판단해 올해 미국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2%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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