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창업자 모리스 창(장중머우·사진) 전 회장이 16일 “중국 반도체의 성장 속도를 늦추려는 미국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대만 중앙통신사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창 전 회장은 이날 타이베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창 전 회장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려는 미국의 반도체 정책에 지지 의사를 나타낸 것은 처음이다. 그는 그러나 미국의 온쇼어링(onshoring)과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정책이 대만에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온쇼어링은 외국 기업의 생산 기지를 미국에 두도록 유도하는 것이고 프렌드쇼어링은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파트너 국가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것이다.
그는 “프렌드쇼어링에는 대만이 포함되지 않았다. 사실 미국 상무장관은 대만이 매우 위험한 곳으로 미국이 반도체를 대만에 의지할 수 없다고 누차 말했다”며 “그것은 물론 대만에 딜레마”라고 토로했다.
대만해협에서의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미국과 서방은 유사시 대만 곳곳에 자리한 첨단 반도체 시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창 전 회장은 미중이 대립하는 가운데 향후 5년간 반도체 공급망이 양극화로 치달을 것이며 세계화에 역행하면서 현대 세계의 동력인 반도체의 가격이 상승하고 보편성(유비쿼티)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나는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화가 죽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자유무역은 그 정도로 죽지는 않았지만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면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보편성 역시 크게 줄어들거나 사라질 것”이라며 “우리는 다른 게임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