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의 장르라고 여겨졌던 BL(Boys Love/남자들의 사랑)이 양지로 올라오고 있다. 배우들은 BL이 생소한 장르지만, 사랑이라는 감정 안에서는 같은 로맨스라고 입을 모았다. '시맨틱 에러'에 이어 '비의도적 연애담'이 BL 장르의 인기를 안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라이카시네마에서 티빙 드라마 '비의도적 연애담'(극본 신지안/연출 장의순) 1, 2부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장의순 감독, 배우 공찬, 원태민, 도우가 참석해 작품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주연을 맡은 차서원은 군 입대로 함께하지 못했다.

'비의도적 연애담'은 거짓말로 시작된 관계에서 진짜 사랑에 빠지게 된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신뢰 회복 로맨스 드라마다.

작품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장 감독은 "BL 작품을 연출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배우들의 캐릭터가 잘 녹아들도록 초점을 뒀다"며 "BL이 소수의 장르지 않냐. 대중성 있게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도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MBC에 있을 때 '커피프린스 1호점'의 조연출과 B팀 촬영을 맡았다. '커피프린스 1호점'도 주인공이 동성인 줄 알고 사랑에 빠지지 않냐"며 "거기에 오는 순수함이 있더라.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영상으로 구현하면서 원작과 차별하려고 했던 지점도 있었다. 장 감독은 "차별점은 배우의 얼굴이었다. 이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아이디어를 많이 나눴다"며 "4명의 캐릭터가 갖고 있는 매력이 다르다. 원영은 순수하면서 꿈틀대는 감정이 있다"고 짚었다.

캐스팅에 대해서는 "가장 고려한 건 싱크로율이었다. 그다음에 연기나 캐릭터 발산 등은 모여서 연습을 많이 했다"며 "장르에 대해서 배우들도 약간 생소할 수 있었는데, 그 벽을 허물면서 원작과 비슷해지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배우들은 출연을 결심한 계기는 도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공찬은 "웹툰을 편하게 읽었는데, 다른 분들도 같이 편하게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할 상처를 서로 치유해 주는 과정이 아름다워서 내가 더 힐링이 됐다"고 했다. 도우는 "시놉시스를 보고 흥미가 생겨서 웹툰을 봤는데, 정말 재밌어서 한번에 다 봤다"며 "배우로서 한 번쯤은 도전해 보고 싶은 작업이었다.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고 꼽았다.

공찬은 회장님의 최애 도예가를 꼬셔야 하는 대기업 총무팀 직원 지원영 역을 맡았다. 그는 "활기차고 긍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인물이다. 사교성이 좋은 편인데, 산책을 나가면 주인보다 신나서 뛰어다니는 강아지처럼 표현하려고 했다"며 "원영이 태준(차서원)과 만나면서 마음을 여는 섬세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찬은 '시맨틱 에러',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 등의 BL 작품을 찾아봤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접하는 장르다 보니, 유명한 작품을 많이 봤다. 코로와 멜로라는 장르 안에서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남자 커플이라기보다는, 사랑하는 커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원태민은 국밥집 아들 호태를 연기한다. 그는 "호태는 투박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순수하고 직진하는 인물이다. 감정 변화를 잘 보여주려고 준비했다"며 "원작 팬들이 기대하는 건 싱크로율이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원작에서 표현된 눈빛을 전달하려고 했다"고 짚었다.

원태민은 두 번째 BL 도전이다. 그는 "보통 친구들이랑 눈을 10초 이상 마주칠 일이 없지 않냐. 두 번째라 그런지 이질감이 적었다"며 "처음 할 때는 부담감도 있었고, 어떻게 연기해야 될지 몰랐다면 이번에는 확실하게 사랑이라는 감정만 갖고 가면 된다는 걸 알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들은 장 감독은 "연출 입장에서 원태민의 두 번째 BL 연기는 부담됐다. 혹시 BL에 특화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며 "그런데 연기를 하는 걸 보니 걱정할 게 없더라. 원태민이 갖고 있는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좋았다"고 칭찬했다.

꽃미남 카페 사장 김동희로 분한 도우는 "호태랑 붙는 장면이 많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확실히 원태민이 경력직이라 그런지 편하게 할 수 있었다"며 "뒤로 갈수록 스킨십이 많이 나오는데, 원태민이 잘 리드해 줘서 몰입할 수 있었다"고 감사했다.

배우들은 '비의도적 연애담'을 통해 도약하길 바란다. 공찬은 "친구에게 추천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 소개시켜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며 "그만큼이라면 감사하고 고마울 것"이라고 했다. 원태민은 "호태는 내가 했던 캐릭터 중 가장 투박하다. '원태민에게 이런 모습도 있구나'라는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며 "BL이 부모님 세대에 생소한 장르일 수 있는데, 부모님이 재밌게 봤다고 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도우는 "그전에 여러 역할을 했는데, 군대 다녀오고 휴식기가 있었다. 이번 작품은 새로 출발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했다. 오는 17일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