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ICBM 발사, 한일 안보·경제 전방위 협력 필요성 더 커졌다

북한이 한일정상회담이 열린 16일 오전 7시 10분쯤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기습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도쿄로 향하기 약 3시간 전이었다. 한일 관계 복원 움직임과 나흘째를 맞은 한미 연합 연습을 겨냥해 도발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일본으로 출국하기 직전 개최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북한의 무모한 도발은 분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은 한일 안보 협력 강화가 시급함을 방증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 핵·미사일 발사와 항적에 대한 정보를 양국이 공유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주 도쿄에서는 벚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마는 긴 겨울철을 벗어나 양자 회담을 위한 방문으로서는 12년 만에 한국 대통령을 일본에 모시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은 중국의 팽창주의 노골화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동북아 신냉전 구도 속에서 경제뿐 아니라 안보 협력을 더 구체화해야 할 때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해소 조치는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다. 일본은 이날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해제하기로 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일본 측의 3개 품목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앞으로 양국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미래 협력 파트너로서 공급망 재편 등 경제 분야의 공동 이익을 최대한으로 키워 동북아 평화 정착과 경제 발전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총수들이 총출동한 17일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도 주목된다. 한일 경제인들은 양국 기업들의 상호 투자 및 인력 교류 확대 등 값진 성과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한일 정상이 뜻을 모은 미래지향적 관계를 실현시키고 구체적 성과를 거두려면 일본도 한국 정부의 ‘대승적 결단’에 상응해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제징용 문제의 해결책은 한국 정부가 국익의 관점에서, 국민을 위해 대국적 차원에서 내린 결단”이라며 “일본의 걸맞은 행동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이제는 더 이상 일본이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외면할 명분도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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