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남아 있는 강남 3구의 집값 하락 폭이 올 들어 서울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부터 15억 원 초과 아파트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최근 강남 일부 단지에서 집값이 반등할 움직임을 보이자 소폭 오른 호가에도 매수세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1월 2일 대비 3월 13일 기준)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1.61%, 서초구는 -1.02%, 송파구는 -1.60%으로 서울 평균(-2.78%)보다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기준 전주 대비 변동률도 강남(-0.07%)·서초(-0.01%)·송파(-0.01%)구는 사실상 보합 수준이다.
실제로 강남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며 실거래가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공인중개사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여전히 규제 지역으로 남아 있지만 본격적으로 15억 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자 지난해까지 관망하던 수요가 실제 매수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치동 소재의 공인중개사 A 씨는 “은마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신고가 대비 호가가 10억 원 가까이 떨어지자 ‘갈아타기’를 시도하려는 문의가 많이 있었지만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받지 못하는 데다 본인 집도 팔리지 않으니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적었다"며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15억 원 초과 아파트도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거래가 늘더니 최근에는 이전 급매보다 가격이 높은 매물도 매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서도 최상급지인 강남에 위치한 아파트들이 지난해보다는 오르면 오르지 더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도 매수세가 늘어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강남에서 거래가 가장 활발한 단지 중 하나인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8㎡의 경우 지난해 12월 18억 2000만 원(8층)까지 하락했지만 올해 2월에는 10건 모두 이보다 반등한 가격에 계약됐다. 특히 2억 원 이상 높은 20억 3000만 원(11층)에도 거래가 되는 등 4건이 20억 원대를 회복했다. 강남을 대표하는 대단지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57.4㎡ 역시 지난해 12월에는 45억 원(14층)에 매매됐지만 지난달 4일에는 이보다 5억 원 가까이 반등한 49억 9000만 원(11층)에 새로 계약서를 썼다.
서초구와 송파구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지난해 12월 31억 원(21층)에 거래됐던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84.9㎡는 지난달 24일 이보다 3억 원 오른 34억 원(15층)에 매매됐다. 송파구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82.6㎡ 역시 4일 25억 7600만 원(9층)에 팔리는 등 지난해 말보다 실거래가가 3억 원 올랐다. 반포동의 공인중개사 B 씨는 “현재 급매는 모두 소진됐거나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판단에 집주인이 거둬들인 상황”이라며 “지난해 호가보다 가격이 높은 다음 단계의 매물들이 소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서울 집값 하락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최상급지로 평가받는 강남은 더욱 이런 현상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대부분 15억 원 이상인 강남 아파트를 무주택자·1주택자는 물론이고 다주택자까지도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매입할 수 있다보니 상급지로의 ‘갈아 타기’와 같은 수요가 늘며 낙폭이 크게 줄었다”며 “올해 분양에 나설 강남 단지들의 분양가도 인건비 및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매매 매물에 대한 관심이 특히 뜨거운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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