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은 사치"…편의점 도시락 '오픈런' 나선 직장인들

서울 외식가격 1년새 10% 상승
밥+커피 땐 한끼에 1만원 이상
편의점 도시락 대안으로 떠올라
매대에 진열도 하기 전에 팔려
학생들은 '1000원 학식'에 몰려
문연지 30분만에 100인분 완판



# 최근 편의점 점주 사이에서는 ‘도시락 입고런’이라는 말이 돌았다. 점포에 들어온 도시락이 매대에 진열되기도 전 팔려나가는 현상을 ‘인기 상품을 사기 위해 매장 개장 전부터 줄을 선다’는 의미의 ‘오픈런’에 빗댄 것이다.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 심화로 가성비 좋은 편의점 도시락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더 저렴하게’ ‘더 알차게’를 내세운 업계의 제품 출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통상 추위가 한 풀 꺾이고 야외 활동에 적합해지는 봄철에 도시락 수요가 늘지만 올해는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치솟은 외식물가와 이런 분위기를 겨냥한 업계의 마케팅이 더해져 편의점 도시락의 매출이 크게 뛰고 있다.


17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편의점의 올해 도시락 매출은 평균 30% 넘게 신장하며 단일 품목으로는 담배를 제외하고 1위를 차지했다. GS25가 37.3%로 가장 매출 증가 폭이 컸고 세븐일레븐(35%), 이마트(139480)24(31%), CU(19%) 순이었다.


이 같은 매출 변화는 지난해부터 무섭게 오른 외식물가에 기인한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이 집계한 2월 서울 지역 외식 평균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0.4% 올랐다. 짜장면이 6723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5769원) 대비 16.5% 비싸졌고 냉면과 비빔밥은 각각 7.2%, 8.7%씩 오른 1만 692원, 1만 115원을 기록했다. 웬만한 프랜차이즈 커피 한 잔 값이 4000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식사 한 끼에 후식으로 커피 한 잔 사 먹는 데 1만 원 이상이 들어간다.


이렇다 보니 밥에 커피까지 5000원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편의점은 ‘지출 줄이기’에 나선 직장인이나 학생 사이에서 최고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권별로 차이가 있지만 직장인과 학생 인구가 많은 오피스·학교·학원 상권에서는 일찌감치 인기 도시락이 팔려나간다. 수요가 늘어나자 업계에서도 잇따라 파격가로 도시락 신제품을 내놓으며 시장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GS25는 2010년 7월 출시 당시 ‘알차다’는 의미의 ‘혜자롭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김혜자 도시락(5500원)’을 단종 6년 만인 지난달 재출시했다. CU도 2015년부터 요리 연구가 백종원과 함께 ‘백종원 간편식 시리즈’를 200여 종 선보여 왔는데 최근 인기 정식도시락을 업그레이드한 제품 ‘제육한판 도시락’을 4500원짜리 ‘가성비 버전’으로 내놓았다. 세븐일레븐은 배우 주현영을 모델로 앞세워 4000~4500원대의 ‘바싹불고기비빔밥’을 출시했고 올해 총 10종을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파우치 음료와 커피도 인기다. 1000원에 음료 한 잔을 마실 수 있고 도시락이나 삼각 김밥 등 식사류와 함께 ‘가격 할인 프로모션’을 펼치는 경우도 있어 찾는 사람이 많다. 연초 후 편의점 4사의 커피 음료와 파우치 음료 평균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5%, 39%씩 늘었다.


주머니 사정이 더 팍팍한 학생들은 편의점 도시락은 물론 이보다 더 저렴한 ‘1000원 학식’으로도 몰리고 있다. 경희대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지원으로 이달 13일부터 매일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선착순 100명에게 1000원에 끼니를 제공하고 있다. 미역국, 닭 곰탕 정식 등 푸짐한 구성으로 매일 오픈 30분도 안 돼 100인분이 동나고 있다. 경희대 재학생 안효정(23) 씨는 “접근성 좋은 학식을 값싸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응에 학교 측은 식사 제공 인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도 정부 사업 시행 이전부터 졸업생들의 기부금으로 1000원 학식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농정원 사업 지원을 받아 식수 인원을 늘려 이달 20일부터 1000원 학식을 재개할 예정이다. 학교 인근에서 자취하는 고려대 학생 김 모(28) 씨는 “방학 때는 학생 식당이 운영되지 않아 1000원 학식이 재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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