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거짓말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공개 저격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고(故) 김문기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을 알고 있었느냐를 두고 법원 장내외의 ‘설전’이 치열해지는 등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이 차츰 ‘진실게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 모습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건 오전 공판 뒤 휴정 시간에 기자들과 만나 “김문기씨가 2명만 탑승할 수 있는 카트를 직접 몰아 이 대표를 보좌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 대표 측이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쳤으나 기억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한 데 따른 반박이다. 유 전 본부장은 이어 외국 골프장에 캐디가 없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공을 잃어버리면 직접 찾아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도 (이 대표가) ‘김 팀장, 거기 있어?’ 이런 걸 다 얘기했었다”며 “그런데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는 납득할 수 없는 말씀을 하신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에게 직접 보고한 일이 있으냐는 질문에는 우리 회사(공사) 팀장은 사실상 시청 과장급”이라며 “(김 전 처장이) 우리 직원 중에서 최고위직에 해당해서 직접 가서 보고도 다 했던 사람”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알고 있으냐는 둔 공방은 같은 날 재판에서도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회 공판에서 검찰은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통해 변호인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사적으로 골프 등 여가를 즐긴데다, 김 전 처장이 위례사업 주무담당 부서장으로 업무를 보좌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모를 리 없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또 “피고인은 자신의 발언 중 ‘시장 재직 때는 (김 처장을) 몰랐다’는 단 하나의 발언만을 전제로 주장을 펴고 있다”며 “골프를 같이 치면서 찍힌 사진은 ‘조작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대표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김 전 처장, 유 전 본부장과 골프를 친 일이 있었는지는 객관적 사실의 영역이고, 골프를 친 적이 없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피고인은 골프를 함께 친 사람이 김 전 차장이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 특히 “호주에서 피고인과 김 전 차장이 함께 찍은 사진과 영상에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는데, 두 사람이 한 번도 눈을 마주친 일이 없다는 것”이라며 “당시 피고인과 김문기의 관계가 어땠는지 쉽게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의 곁에서 주로 보좌한 사람은 유 전 본부장이었던 것 같고, 김 전 처장은 유 전 본부장을 보좌하기 위해 온 사람으로 보인다”며 “7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 유 전 본부장을 보좌하던 김 전 처장을 별도로 기억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은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 등에서 김 전 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하는 등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 전 본부장이 이달 31일 이 대표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라 두 사람 사이 공방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