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4.7%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전세가율인 67.5%를 크게 밑돌고, 2012년 8월(54.6%)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서울의 전세가율은 2016년 6월 72.0%로 고점을 찍고 지속해서 하락했으며 집값 급등이 본격화됐던 2019년 이후부터는 줄곧 50%대를 유지했다.
전세가율이란 매매값 대비 전셋값의 비율을 말하는데, 주택시장의 주요 선행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전세보증금을 끼고 주택을 매입할 때 전세가율에 따라 자본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시세 10억 원인 주택을 2016년 6월에 매입한다면 전세가율 72%를 적용해볼 수 있다. 전세보증금 7억 2000만 원을 끼고 현금 2억 8000만 원으로 매입이 가능한 셈이다. 반면 올해 1월에 매입한다면 전세가율 54.7%가 적용돼 전세보증금 5억 4700만 원을 제외한 4억 5300만 원의 현금이 있어야 매입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은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금으로 주택 매입이 가능해서 수요가 늘고, 거래가 증가하면 매매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전세가율이 낮은 상태에서 매매 가격이 하락하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만약 매매 시세가 전세보증금 밑으로 떨어지거나 경매에 넘어가 처분될 경우 낙찰가가 보증금보다 낮아지면 세입자는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해서 ‘깡통 전세’의 위험에도 노출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의 전세가율은 서울 외 지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23년 1월 서울의 25개 자치구 중에서도 용산구가 47%로 가장 낮았으며, 송파구 48.3%, 강남구 49.3%, 노원구 50.9%, 양천구 51% 순으로 낮게 기록됐다. 전세가율이 60%를 넘는 지역구는 종로구 63.9%, 중랑구 62.4% 등 7개 구에 불과하다. 집값이 비싼 강남, 송파, 용산 등이나 재건축 아파트 비중이 높은 양천구, 노원구의 전세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것이다.
보통 매매 가격 대비 전세 가격이 크게 떨어지거나, 매매 가격의 상승폭이 너무 커서 전세 가격이 이를 따라잡지 못할 때 전세가율이 낮아지게 되는데, 지금은 양자가 다 해당된다. 서울 아파트의 매매 가격이 급등한 후 지난해에 매매보다 전세 가격이 더 크게 떨어지면서 전세가율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고 이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전세 시장은 올해도 여전히 약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빅스텝’까지 거론되는 등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기준금리도 불가피하게 인상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높아진 금리만큼 전세시장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기준금리에 따라 전세대출 금리와 전월세전환율이 함께 높아질텐데 전월세전환율보다 대출금리가 높아지면 대출을 받아서 이자를 내는 것보다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해진다. 결국 전세 수요자들이 반전세나 월세를 선택하는 경우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강남구와 서초구 등을 중심으로 입주물량이 많은 곳에선 예치금리가 인상됨에 따라 임대인은 전세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또, 전세보증금을 낀 소유자는 신규 계약 시 기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선 전세 계약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전세 공급은 증가할 전망이다. 이처럼 서울의 임차시장은 임차인과 임대인의 입장이 달라 수급불균형을 이루면서 전세가격과 전세가율 하락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들어 매매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는데, 금리인상 등으로 인해 거래절벽이 다시 시작된다면 매도 물량이 전월세 매물로 전환되면서 전셋값 하락의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임대인들이 늘어날 수 있어 향후 서울 전세가율의 하락 속도는 주택 시장의 단기 전망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AII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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