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인재 포섭땐 국내 인력 무방비 유출"

■위기의 반도체산업-특별 좌담회
"美 이민문턱 낮춰 유치 가능성
韓, 대기업 병역특례 등 필요"

19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신문 회의실에서 이정동(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서울대 교수, 김두식 테크앤트레이드연구원 상임대표, 이상훈 서울경제 경제부장, 김용석 성균관대 교수,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가 ‘반도체 전략 특별 좌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이정동 서울대 교수(‘축적의 시간’ 저자)는 19일 “미국이 공정 엔지니어 등 칩 관련 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국내 기업이) 무방비로 당할 수 있다”며 “(정부와 기업이) 인력 유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날 서울경제신문 회의실에서 열린 ‘반도체 전략 특별 좌담회’에 참석해 “미국은 수십 년간 제조에 손을 놔 반도체 인재 부족이 심각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인재 포섭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두식 테크앤트레이드연구원 상임대표(전 법무법인 세종대표변호사)도 “연봉이 최고의 메리트인 중국과 달리 미국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나라”라며 “비자 발급 등에 특혜를 주는 등 미국 정부가 나서면 (국내 인재 중) 태반이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 맥락에서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통상 전문가)는 “미국에 호혜와 분업의 큰 틀에서 한국의 반도체 공동화를 막아야 미국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음을 어필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김용석 성균관대 교수(반도체공학회 부회장)는 “대기업 병역 특례 도입 등 전향적인 인력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미국의 보조금 지급 요건과 관련해 “(미국 정부의) 반도체 공정 접근 권한 등은 우리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한 조항임을 정부가 항의해야 한다”며 “보조금 수령도 의무가 아니라 기업들이 철저히 전략적 판단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국이 의지하는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TSMC를 보유한 대만은 양안 관계의 파국이라는 리스크에 노출돼 우리나라의 협상력이 커진다는 점을 적극 활용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유럽·일본과의 기술 협력 수준도 높여야 한다”며 “그래야 미국과의 협력에서도 레버리지가 생긴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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