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올해 문화 예산이 감소할 것이라는 서울경제 기사가 나가자 바로 다음 날 기획재정부에서 반박문이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처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늘어난 예산의 삭감과 지방 이양, 융자 사업의 이차보전 전환 등을 고려할 때 실질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오히려 늘어났다는 해명이다.
당시 기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을 포함해 문화·체육·관광 등을 포괄하는 문화 재정이 올해 8조 5038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6.5% 줄었고, 특히 문체부 예산은 9.3%나 급감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로 인해 올해 문화 재정 비중은 정부 총예산의 1.33%로 주저앉았다. 이는 2016년의 1.74%, 2022년의 1.50%보다 줄어든 것이다.
기사의 초점은 과거 박근혜 정부의 목표였던 ‘문화 재정 2%’에도 불구하고 최근 문화 재정 비중이 계속 줄고 있다는 것인데 기재부의 해명에는 정작 이 부분이 없었다. ‘국가 재정 2%’는 해당 분야의 진흥을 위한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물론 문화 재정은 지난해 말 국회 심의 과정에서 문체부 예산이 332억 원 늘어나는 등 전반적으로 다소 증액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감소 추세를 반전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과거 얘기를 다시 하는 것은 이달 15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 행사 때문이다. 이른바 ‘문화예술체육관광 국가 재정 2%를 달성하는 비전대회’였다. 국회가 나서서 문화 재정 2% 목표치를 다시 세운 것이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홍익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은 “올해 문체부 예산 비중이 전체 국가 예산 대비 1.06%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홍 위원장에 따르면 해당 국가 예산은 2000년 1%였다. 20여 년 동안 겨우 0.06%포인트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홍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전병극 문체부 1차관, 문화예술계 협회 및 기관, 체육계 협회 및 기관, 관광협회 등 관련 분야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영상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 외에 각계에서 200여 명이 대회의장을 가득 메웠다.
문화와 관련해 정계와 업계가 총출동한 행사가 열린 것은 이례적이다. 주최 측은 이날 행사를 개최한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방탄소년단(BTS), 오징어게임 등 문화 산업이 커지고 관광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것과 달리 문화 예산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문화 재정의 비중이 늘어나기는커녕 뒷걸음질한 것은 정부가 숫자로서의 경제성장만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은 “문화를 놀고 먹는 소비만으로 인식해서는 안 되고 투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략 3월부터 이듬해 예산을 분배한다. 각 분야별 총액이 정해지면 연말에 가서 예산 부족을 호소해봐야 먹혀들지 않는다. 행사가 3월에 개최된 이유다. 홍 위원장은 “매년 0.2%포인트씩 늘려 4~5년 내에 문화 분야
국가 재정 2%를 달성하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