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원 수 늘리는 ‘밥그릇 챙기기’ 멈추고 일하는 국회 만들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국회의원들이 27일부터 2주간 국회 전원위원회를 열어 내년 4월 총선에 적용될 선거 제도 개편 방안을 논의한다. 19년 만에 열리는 전원위에서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위가 내놓은 3개 안을 놓고 끝장 토론을 벌인다. 그러나 3안인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만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상정했을 뿐 1·2안인 ‘소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와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의원 수를 350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1·2안은 지역구 253석을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의석을 현재 47석에서 97석으로 늘리는 방안이다.


국회는 지난 총선 직전 민주당이 밀어붙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낳은 ‘위성정당’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선거 제도를 고쳐야 한다. 선거 제도 개편 논의에 착수한 정개특위는 극단적 대결 정치 완화를 명분으로 내걸고 지역·진영 대결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는 소선구제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세 가지 대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제도 개편이 의원 정수를 늘리는 쪽으로 간다면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한국 국회의원은 17만 명에 1명 꼴로 63만 명에 1명 수준인 미국에 비해 지나치게 많아 되레 줄여야 할 판이다. 정개특위가 두 달 전 실시한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의원 정수 확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7.7%에 이르렀다.


우리 정치가 ‘4류’라는 비판을 받는 것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의원 수가 늘어나는 일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여야 의원들은 의석 수에 대한 집착 자체를 버려야 한다.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많은 의원 정수를 가진 독일도 최근 연방 하원 의원 정수를 736석에서 630석으로 줄였다. 우리 국회도 전략산업 설비투자 세액공제율 상향이나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등을 위한 경제 살리기 입법을 서둘러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입법·예산 심사 등 본연의 일을 잘하는 국회로 거듭나지 못한다면 선거 제도 개편은 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로 비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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