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거래소(ATS)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넥스트레이드’가 사업 예비 인가 신청 전부터 고연봉 등을 앞세워 증권가 정보기술(IT) 고급 인력 영입에 발 벗고 나섰다. 증권업계는 거래소 경쟁 체제가 구축되기에 앞서 IT 핵심 인력들부터 연쇄 이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2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는 이달 헤드헌터를 통해 코스콤 직원 다수에게 영입 제안을 보냈다. 증권 전산에 특화된 코스콤 업무가 ATS 사업과 연관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영입 대상의 대다수는 매매체결 시스템 개발 등 IT 관련 부서 소속의 10년 차 이상 핵심 인재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직원은 이미 넥스트레이드의 이직 제안을 받아들여 코스콤 내부의 동요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콤의 처우도 나쁘지 않은 데다 ATS 출범 시점이 수개월 이상 남은 것을 감안하면 넥스트레이드의 제시 조건이 그만큼 좋았다는 후문이다.
넥스트레이드는 코스콤뿐 아니라 한국거래소의 고연차 직원 일부에게도 이직을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스콤의 한 관계자는 “회사 측에 퇴사 의사를 밝힌 직원들이 있다”며 “현 직장의 안정성을 포기할 정도로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넥스트레이드의 IT 인재 영입 시도는 비공개 채용에만 그치지 않는다. 넥스트레이드는 이달 말까지 신입·경력 직원 공개 채용도 병행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시스템 기반, 보안 운영, 정보시스템 개발 등 넥스트레이드 공채 부문 10개 가운데 8개가 IT 관련 분야다. 전체 채용 규모가 50명 정도인데 IT 관련 인력만 40명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스콤에서는 연차가 높은 직원뿐 아니라 저연차 직원 중에도 이직을 고려하는 이들이 꽤 있다”며 “노동조합도 인력 유출을 걱정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넥스트레이드가 IT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ATS 사업을 최대한 빨리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금투협과 주요 증권사·출자기관 34곳이 설립한 이 법인은 늦어도 내년 초 ATS를 본격적으로 출범시킨다는 목표다. 이달 27~30일 금융 당국에 예비 인가 신청서를 접수하고 본인가까지 받으면 6개월 이내 주식거래 중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넥스트레이드 대표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각각 김학수 전 금융결제원장과 김진국 전 금융감독원 국장이 맡고 있다. 한국거래소·금투협 등 업계 출신 실무 경력자들도 이미 20명가량 합류했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ATS는 IT 회사에 가깝고 코스콤과 업무 성격도 기본적으로 비슷하다”며 “매매체결·정보 시스템 개발 등 초기 전산 구축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큼 실무 경험이 풍부한 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