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공모해 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하고도 남편의 상습적인 가정폭력 때문에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거짓 진술한 아내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20일 대전지검은 대전지법 형사12부(나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씨(43)와 아들 B군(16)의 존속살해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무기징역을, B군에게는 징역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A씨는 남편에게 제초제와 최면진정제, 정신신경용제를 투여하고 가슴을 부동액으로 찌른 데 이어 둔기를 휘둘러 남편을 살해했다”며 “아들과 함께 잔인한 살인 방법을 계획한 뒤 실행하고도 고인이 상습적인 가정폭력범인 것처럼 주장해 명예를 훼손하기까지 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앞서 A씨는 아들 B군과 함께 지난해 10월 8일 집에서 흉기와 둔기로 남편(50)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군은 아버지의 시신을 욕실로 옮겨 씻던 중 흉기로 훼손한 혐의(사체손괴)도 받는다.
또한 A씨는 같은 해 9월 18일 귀가한 남편과 사업 실패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소주병을 던져 다치게 하고, 이달 20일에는 소주를 넣은 주사기로 잠자고 있던 남편의 눈을 찌른 혐의(특수상해)도 받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A씨는 부동액을 넣은 주사기로 잠에 든 남편의 심장 부근을 찌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남편이 잠에서 깨 저항하자 B군이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르고 A씨는 둔기로 머리를 내리쳤다.
당초 B군은 경찰 조사 당시 ‘평소 아버지의 가정폭력이 심했고 사건 당일에도 어머니를 때리는 아버지를 말리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참고인 자격으로 진술했던 A씨도 ‘남편이 자주 술을 마시고 욕설하며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오히려 술병으로 맞아 상처를 입은 건 고인이었음이 드러났다. 그러자 B군은 ‘정강이로 몇 번 맞은 적이 있었다. 아빠가 나쁜 사람인 것처럼 부풀렸다’며 허위 진술이었음을 시인했다.
숨진 남편이 사망 사흘 전 작성한 노트에는 눈을 다친 뒤 아직도 시력이 회복되지 않아 고통스럽다면서도 ‘아내와 자식을 보면 다시 힘을 얻는다’고 적힌 글이 발견됐다. 그는 안과 진료 후에도 의사에게는 ‘나뭇가지에 찔린 상처’라고 주장하고, 자기 여동생에게는 단독 사고로 눈을 다쳤다고 둘러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 진술에 따르면 고인은 흉기에 찔린 후에도 ‘아들이 감옥에 가면 안 된다. 날 병원에 데리고 가라’고 했다고 한다”며 “아내가 또다시 자신을 다치게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었으면서도 끝까지 아내와 아들에게 애정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15일부터 현재까지 거의 매일 86차례에 걸쳐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시댁 식구들에게 머리 숙여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가정의 불행은 저 혼자 짊어졌어야 했는데 아들에게 고통을 주어 미안하고,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말했다.
선고 공판은 내달 14일 오후 2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