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중국 수출이 흔들리며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가 25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무역적자는 지난해 3월부터 이달까지 13개월째 이어지는데 이는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25년 만이다.

특히 우리의 최대 무역흑자국(지난해 기준)으로 부상한 대(對)베트남 수출도 30% 가까이 빠졌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무역적자는 63억 2300만 달러(20일 기준) 적자를 기록했다. 올 들어 연간 누적 적자는 241억 300만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65억 2400만 달러 적자)과 비교하면 적자 규모가 1년 만에 3.7배가량 불어났다. 올 들어 2개월 20일 만에 지난해 전체 적자 477억 8500만 달러의 절반 이상이 발생할 만큼 심각하다.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7.4% 줄어든 309억 4500만 달러였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3.1% 줄어 감소 폭이 더 컸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14.5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5일)보다 하루 더 많았다. 이에 월간 기준으로 수출액이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6개월 연속 감소가 확실시된다.

주력 상품인 반도체 수출액이 1년 전보다 44.7% 줄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8월부터 8개월 연속 감소세다. 특히 올 들어 3월까지 낙폭이 공히 40%를 넘겼다. 여기에 석유제품(-10.6%), 철강제품(-12.7%), 무선통신기기(-40.8%), 정밀기기(-26.0%), 선박(-57.0%) 등의 수출액도 1년 전보다 줄었다. 그나마 승용차 수출이 69.6% 늘어나 체면치레를 했다.

국가별로는 중국 수출이 36.2% 줄었다. 지난달 24.2% 감소에서 낙폭을 더 키웠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수출 급감이 이어지고 있다. 대중 수출 내림세는 지난달까지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최대 무역흑자국으로 부상한 베트남도 1년 전보다 28.3% 감소했다. 올 들어 20일까지 대베트남 무역흑자는 45억 8300만 달러로 1년 전(83억 9500만 달러) 대비 반 토막 났다. 우리나라 제조 기업의 반도체·무선통신기기·디스플레이 공장이 있는 베트남 시장의 특성상 이들 업종의 부진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베트남 시장은 제조 기지라는 특성상 우리나라 전체의 수출 현황과 맞물린다”며 “현재 수출이 좋지 않은 것이 베트남으로의 수출에 직격탄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유럽연합(EU·-8.9%), 일본(-8.7%), 인도(-3.1%)로 향하는 수출 모두 줄었다. 미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만이 4.6% 늘어났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결국 반도체가 턴어라운드의 키인데 반도체 경기가 언제 반등할지 불확실하다”며 “당분간 무역수지 적자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수출입동향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안 본부장은 “글로벌 경기 상황과 반도체 가격 하락세 지속 등의 영향으로 우리가 직면한 수출 여건은 당분간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크레디트스위스의 유동성 위기 등 수출 여건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이라 긴장감을 늦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