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컬리에 이어 롯데쇼핑(023530)도 지역 물류·배송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온·오프라인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유통업체간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배송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줄여야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인구 밀집 지역인 수도권에 집중해온 대형 유통사들은 최근 잇따라 수도권 이남으로 눈을 돌려 전국구 배송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롯데쇼핑은 올해 말 부산 지역에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의 최첨단 솔루션이 적용된 첫 번째 고객풀필먼트센터(CFC)를 착공한다고 22일 밝혔다. 이 곳은 오카도의 스마트 플랫폼(OSP)이 적용된 첫 번째 센터로 온라인 신선·생활용품의 주문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에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자동화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부산, 창원, 김해 등 230만 여 세대의 시민들에게 선진화된 자동 물류 시스템을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롯데쇼핑은 오카도와 손을 잡고 2030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해 ‘그로서리 1번지’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롯데쇼핑은 국내 대표 유통기업이지만 온라인 그로서리 배송 부문에서는 타사 대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오카도와 협업 및 대규모 투자로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복안이다. 오카도는 글로벌 유통업체들에게 수요 예측·자동화 물류센터·피킹 앤 패킹·배송 및 배차 등 온라인 그로서리 배송에 대한 전반적인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오카도의 수준 높은 수요예측은 0.4%의 낮은 식품 폐기율과 98%의 높은 적시 배송률을 기록했다.
롯데쇼핑은 첫 번째 CFC 부지로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를 선택했다. 이 곳은 부산시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이 글로벌 물류 허브 도약을 목표로 구축한 물류 클러스터다. 부지면적은 약 4만㎡로 일 3만건 이상 배송을 처리할 수 있다. 또 2000개 이상의 안정적인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됐다.
이를 시작으로 롯데쇼핑은 2030년까지 6개의 CFC를 열 계획이다. 롯데쇼핑이 CFC 부지 및 건축 비용, OSP 이용 수수료 등을 부담하고, 오카도는 CFC 내 자동화 풀필먼트 서비스를 위한 하드웨어와 운영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롯데쇼핑은 2032년까지 온라인 그로서리 부문에서 매출 5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컬세권(컬리+역세권)’을 넓혀가고 있는 컬리는 올 상반기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두동지구에 창원 물류센터를 추가로 설립해 새벽 배송인 ‘샛별배송’을 확대한다. 현재 수도권과 충청권은 전일 오후 11시까지 고객이 주문할 경우 다음 날 아침 상품을 받아볼 수 있지만,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은 전일 오후 6시까지 주문을 끝내야 샛별배송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창원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부울경 지역에서도 주문 가능한 시간이 늘어날 뿐 아니라 효율적인 배송이 가능하다. 이 물류센터는 지상 8층 규모로 전체 면적만 4만7276㎡에 달한다. 컬리는 자동화 설비, 임대료 등에 63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물류로 경쟁력을 확보한 쿠팡은 이미 경남 창원·김해에 3000억원을 투자해 물류센터를 가동 중이다. 특히 지난해 3월 준공한 대구FC는 아시아권 최대 풀필먼트 센터로 연면적 33만㎡,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다. 이 곳은 AI, 물류 로봇 등 혁신 설비가 대거 투입돼 물류 효율화를 높였다.
쿠팡이 타사 대비 선제적으로 대구와 경남 지역에 물류센터 건립에 힘을 실은 것은 독자적인 ‘엔드 투 엔드(end-to-end)’ 배송 네트워크 구축으로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전국 인프라 확충으로 시장 1위를 공고히 하는 한편, 1000여 대 이상의 로봇 등 첨단 기술 도입으로 물류 효율화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김범석 쿠팡 의장은 “물류 전 과정을 통합하며 별도로 ‘풀 콜드체인’ 배송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일반 소비재를 배송하는 트럭을 사용하더라도 신선상품을 배송할 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기존의 강자였던 유통사와 e커머스업체 간 경쟁이 심화됐다”며 “자동화 물류 인프라를 확대해 배송 효율을 높이고 소비자 접점을 키우는 게 성공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